아동 돌보미 학대 의혹 불기소, 지자체 실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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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동 돌보미 학대 의혹 불기소, 지자체 실수 탓?
검찰 '혐의없음' 부모 항소 기각
부모 "구청이 MRI 등 허위사실 전달"
동구 "실수…사실 확인서 등 송부"
  • 입력 : 2023. 03.22(수) 19:26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광주 동구청 전경.
지난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 의견에 넘겨졌던 한 혐의자가 검찰조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지자체가 허위 조사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탓에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재정을 청구했다.

22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27일 동구의 가정집에서 동구 민간위탁업체 소속 아이 돌보미 A(64)씨가 생후 8개월 여아를 돌보던 중 학대 의심 행동을 보였다. 당시 A씨는 4년 경력의 아이 돌보미였다.

A씨는 아이를 뒤집어 놓거나 들어서 내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바닥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 이 모습은 부모가 설치한 가정 내 CCTV에 모두 담겼고, 이를 확인한 부모는 이튿날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동구·경찰은 합동수사를 펼쳐 ‘아동 학대가 맞다’고 판단,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부모의 항고도 기각 통보됐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검찰이 A씨를 불기소 처분한 배경에는 동구가 작성한 아동학대 조사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가 받아든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는 ‘피해 아동에 대한 MRI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처벌 대상인 신체적 학대행위를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확인한 부모는 “아이는 MRI 검사를 받지 않았다”며 “그러나 동구 조사내용에는 검사를 받은 걸로 돼 있고 별다른 이상도 없다는 허위사실이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동구는 부모와 A씨 등 3명을 번갈아 조사하다가 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A씨와 아버지 B씨의 진술이 뒤섞였다고 시인했다.

동구 관계자는 “MRI 검사 결과 진술은 A씨의 진술이었다. A씨는 당시 ‘(병원에서 피해아동이) MRI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B씨가 머리 검사 등의 이야기를 한 점을 비춰 MRI 검사라고 생각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해당 사건은 구청에서도 아동학대 사례로 보고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동구는 B씨의 요청에 따라, 실수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실 확인서 등을 제공했다. 피해아동 부모는 이를 토대로 광주고법에 지난 17일 기소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반면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혐의 없음’ 의견을 낸 점을 토대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MRI 검사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불기소 처분의 근거가 아니’라고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