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환골탈태’ 성공뒤엔 주민들 노력 있었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양림동 ‘환골탈태’ 성공뒤엔 주민들 노력 있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파빌리온 7곳이 양림동
2년연속 ‘한국관광100선’선정 이어 ‘파빌리온 빌리지’까지
2000년대 초 ‘국민배우’ 문근영 모친 류선영씨(당시 사직도서관장) 후원
  • 입력 : 2023. 01.29(일) 17:45
  •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지난 2021년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모습.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 제공
역사문화마을로 전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광주 남구 양림동이 광주비엔날레 기간동안 국제미술계의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오는 4월부터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9곳 중 6곳이 양림동 소재 전시관에서 열리고,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이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으로 활용되는 등 양림동이 일명 ‘파빌리온 빌리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빌리온 빌리지’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국내대표 관광지를 선정해 홍보하는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된데 이은 경사다.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지난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서도 선정된 바 있다.

천득염 전남대학교 교수의 호남문화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 양림동은 부랑자들이나 아이들이 죽으면 버리고 돌을 쌓아 풍장을 지내던 어둡고 암울한 곳이었다. 1884년 국내 최초로 선교사가 양림동에 정착, 이후 근대기독교문화의 꽃을 이곳에 틔우며 양림동만의 독특한 근대문화유산이 형성됐지만, 1970년대 정화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경제적 수준이 낮은 서민들이 움막형태의 가옥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어둡고 가난해 누구나 꺼려했던 양림동이 50년만에 국내를 넘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환골탈태’를 이루기까지는 양림동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양림동에 가장 먼저 씨앗을 뿌린이는 ‘국민배우’로 알려진 문근영씨의 모친 류선영씨다. 당시 사직도서관장이었던 류씨는 ‘양림동 둘레길’을 조성, 사직도서관을 출발해 ‘우월순 선교사 사택-팔각정-이장우가옥-최승효 가옥-옛 양림교회’ 등 양림동 문화유산 중심지를 돌아보는 3㎞ 산책코스를 개발했다. 점심시간이면 도서관 직원들과 둘러봤던 둘레길의 각각의 코스들은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의 시초가 됐다.

류 관장의 개인적인 후원으로 양림동의 첫 문화예술프로그램 ‘사직공원 비둘기들’가 탄생했다. 문화기획자 정헌기 아트주 대표가 기획한 ‘사직동 비둘기들’은 사직공원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의기투합했던 자리이기도 했다. 향후 ‘사직공원 비둘기들’은 광주 브랜드 공연 ‘김원중 달거리’의 모태가 됐다.

양림동이 소위 ‘핫플’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정헌기 문화기획자의 ‘아트주’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09년 선보였던 ‘아트주’는 동물원이 있었던 사직공원에 조성된 ‘예술동물원’이다. 비록 사직공원 전체를 예술공원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길게가지 못했지만 정헌기씨는 프로젝트 이름이었던 ‘아트주’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100년 전 선교사들의 사택이 모여있었던 호랑가시나무언덕에 터를 잡고 현재까지도 양림동의 자원을 알리는 중이다. 폐허에 가까웠던 양림동이 조금씩 온기로 채워지자 문화예술인들과 기획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광주에 전혀 연고가 없었던 부산출신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가 양림동에 사무실을 열고 양림동을 무대로 독창적인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한희원 미술관, 윤회매 문화관, 양림미술관, 이강하 미술관 등 공립미술관과 개인 미술관들이 문을 열거나 새단장을 하며 양림동에 온기와 색을 더했다.

3년 전에는 이이남 미디어 아티스트가 애물단지였던 제약회사 부지를 매입해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개관, 양림동시대의 화려한 전성기를 알렸다. 현재 정헌기·이한호·이이남·한희원·김창덕작가에 국내 관광학 1인자인 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까지 의기투합했다. 순도 100% 주민협의체는 10여년에 걸쳐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참석해 봤을 양림동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다형다방'이다. 지난 2021년부터는 격년제로 ‘양림골목비엔날레’까지 만들어 양림동의 위상을 다졌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양림골목비엔날레는 4월5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정헌기 문화기획자는 “폐허에 가까웠던 양림동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까지 주민 한분한분의 참여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양림동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