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은 지난 23일 아인미술관에서 남도음식문화 진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개최했다. 정관스님이 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
민선8기 장성군의 지역발전 키워드는 '관광'이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그의 저서 '관광미래론'에서 '관광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전부이며 관광으로 우리 미래가 열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군수는 장성 최초 1000만 관광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늘어난 관광수요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되며 '음식 문화'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장성군은 남도의 자랑인 음식 문화 개발로 관광객 소비를 촉진하고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남도음식문화 진흥 위한 전문가 '한자리'
그 첫발을 내딛는 의미있는 행사가 지난 23일 열렸다. 장성군 음식 문화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군은 장성읍 소재 아인미술관에서 남도음식문화 진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열었다.
'남도음식의 품격, 문화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분야별 음식 문화 전문가와 지역민, 군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스님, 김현진 남도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김진만 청산녹수 대표, 김형철 아툼 레스토랑 헤드 셰프,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실장, 공승연 문화가꽃피다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사찰음식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관스님은 "해외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발효음식, 특히 비건(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완전한 채식주의) 김치와 사찰음식에 관심이 높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청정한 장성의 식재료로 만든 비건 사찰음식이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이유는 트렌드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라며 "연일 심각해지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건강한 음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정관 스님은 "고품질 농산물이 생산되는 장성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백암산, 축령산, 황룡강 등 훌륭한 관광자원을 잇는 촘촘한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의 음식 문화 수요가 장성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김현진 남도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예로부터 백일, 혼례, 회갑, 제례 등 통과의례에 따른 전통음식이 발달해왔다"면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손 번창, 만수무강 등 고유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전통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고유의 전통이 바로 서야 퓨전도, 음식 문화 발전도 가능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도록 연구와 발전에 힘쓰고, 문화와 더불어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주 축제·감식초 세계화… 성 만점 제안 이어져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청산녹수' 김진만 대표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트'와 일본의 '사케노진'을 예로 들어 이목을 끌었다. 김 대표는 "200년 전통의 독일 옥토버 페스트는 맥주와 함께 독일의 전통 음식을 즐기는 축제"라며 "일본의 사케노진도 90여 개 양조장에서 만든 사케를 무제한으로 시음하는 일본 최대 술 축제로, 역시 일본 전통 음식이 곁들여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장성에서도 전통주와 지역 먹거리, 전통음식, 사찰음식 등이 어우러지는 페스타(축제)를 개최한다면 전국 반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술 축제 특성상 캠핑 등 1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광주권에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형철 아툼 레스토랑 헤드 셰프의 제안도 이어졌다.
그는 "고창 복분자를 활용한 발사믹 소스가 뉴욕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장성 대표 특산물인 감을 이용한 감 식초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잘 개발한다면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셰프는 한옥을 콘셉트로 고품격 레스토랑, 김치 다이닝 바 등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외식문화 아이템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탄소중립, 역사‧문화 연계… 청년 전문가들 제안
발제 말미는 장성 음식문화 발전을 선도하는 청년 전문가들이 맡았다.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실장은 "깨끗한 환경이 바로 경쟁력인 요즘 장성 축령산 편백숲 맑은 공기는 큰 장점"이라며 "농촌이 도시와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려면 농촌만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 농업인들이 직접 기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건 도시에서 가질 수 없는 고유한 장점"이라며 "속칭 '못난이 농산물'도 식재료로 활용해 탄소중립 실천은 물론 손님들에게도 신선한 음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차림 값이 6000원이다. 이익 대부분이 지역 농가에 돌아가지만 한해 7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은 덕에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 실장은 "지역 농산물 사용을 통한 농업인과 상생, 탄소중립 실천이 음식 문화를 선도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읍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는 공승연 문화가꽃피다 대표는 "장성의 음식 문화 발전을 위해 역사성과 특산물, 인적 자원, 문화적 특징 등이 반영돼야 한다"면서 "음식이 아닌 문화를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남도 음식의 원형 보존과 우수성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행정과 연구, 산업, 문화 등 각 분야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종 장성군수 "남도 음식 국가브랜드 확립 노력"
자유토론을 맡은 김영미 동신대 교수는 "이번 회의는 장성의 음식문화 발전 방안을 찾는 첫 걸음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심도깊은 논의와 의견 개진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장성유치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맛의 본고장인 전남도는 음식산업의 메카로 발전할 수 있는 최적지임에도 그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추후 국립남도음식진흥원을 장성에 유치해 남도 음식을 국가 음식 브랜드로 확립하고 지역 소득증대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성군은 장성 5대 맛 거리 조성, 야시장 운영, 장성역 앞 먹자골목 특성화 등 음식과 관광을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