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두고 퍼지는 'MZ세대 혐오'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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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이태원 참사' 두고 퍼지는 'MZ세대 혐오' 막아라
‘시민의식 없다’ SNS 등 비판 ||사고 현장 찍은 영상 퍼지고 ||명예훼손·2차 트라우마 우려도 ||전문가 “심리치료 적극적으로”
  • 입력 : 2022. 10.31(월) 17:54
  • 도선인 기자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인근에 서울시통합심리지원단의 심리지원 현장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발생한 사망자 대부분이 20·30대에 몰려있고 핼러윈 관련 파티 기간이었다는 점에서 희생자를 향한 비하 섞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고 직후,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물들이 무분별하게 SNS에 공유되면서 전국민적인 재난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사 사고가 벌어진 지난 29일 오후 10시께부터는 시기상 핼러윈 기념일 전 마지막 주말이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31일 기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54명이다. 사망자를 나이별로 살펴보면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0명, 10대 11명, 40대 9명, 50대 1명 순이다. 위치 특성상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으로 다수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20·30대를 가리키는 MZ 세대를 겨냥한 희생자 비하, 폄훼 표현이 다수 포착됐다. 특정 세대를 비난하며 '이태원에 간 젊은이들이 문제다, 한심하다'라는 식의 악성 댓글도 상당수였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민감한 게시글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는 트위터 글. 트위터 캡처

참사 현장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들도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참사 직후부터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목격자들이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들이 쏟아졌다.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시민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부터 사고를 당해 살려달라 고성이 오가는 모습까지 시시각각 퍼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여과 없이 퍼뜨리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또 자극적인 영상은 목격자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 없던 일반 시민에게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여과 없이 사고 현장의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에 대해 경고했다.

학회는 "인명 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으며 (무분별한 행동이) 다수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모두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것도 자신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명서를 내고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재난 피해자에게 참사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는 혐오 표현은 유가족과 주변인의 고통을 가중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31일 사이버 수사관 46명을 투입한 사이버 대책 상황실을 편성·운영 중이다. 현재 경찰은 '이태원 참사' 관련 허위 유포 6건을 입건 전 조사 중이다. 63건에 대해서는 삭제·차단 요청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이날 이태원 사고 관련 대책 회의를 개최해 방송·통신 분야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방통위는 자극적인 현장 영상,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정보 등을 여과 없이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틱톡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여과 없이 유통되는 사고 영상 등에 대한 자정 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혜경 송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희생자와 그 유족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20·30대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애도의 공감 정도가 훨씬 더 크다"며 "희생자 규모가 전국에 걸쳐 발생했고, 당시 상황의 직접적인 장면이 유포됐다는 점에서 지역마다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활용, 정책적 차원에서 심리치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