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6-1>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2배… 서민 가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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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66-1>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2배… 서민 가계 '휘청'
"안 오른 게 없다" 물건 담기 부담||소비자 체감 육류·라면 크게 올라||재래시장도 타격… 상인들 '한숨'||"왜 이렇게 비싸냐" 손님들 항의도
  • 입력 : 2022. 06.19(일) 17:45
  • 강주비 인턴기자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50% 할인 상품을 고르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장을 보기도, 밖에서 밥을 먹기도 부담스러운 요즘이다. 자고 나면 오르고 또 오르고, 그야말로 힘겨운 서민들의 삶이다.

지난 17일 찾은 광주 광산구 한 대형마트. 주부 김경아(45) 씨는 고기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다. 옆에 있던 생선 코너도 슬쩍 들여다봤지만 선뜻 손을 뻗을 수 없다. 결국 빈 카트를 끌고 '1+1 스티커'가 붙은 냉동식품 코너로 향했다. 그는 "예전에는 5000원 했던 카레용 돼지고기가 7100원으로 올라서 그냥 내려놨다. 세 번 먹을 것을 한번 먹고 있는 요즘"이라고 한숨 지었다.

그만의 고통은 아니다. 식용유를 고르던 김경숙(65) 씨도 몇 분 동안 고심한 것이 무색하게 빈손으로 돌아섰다. 그는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식용유 하나에 1만원은 조금 심한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20~30% 오른 것 같은데, 이렇게 한순간에 폭등한 건 처음이다. 고기라도 하나 사면 그날 장은 다 본 거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물가가 장보기 풍경까지 바꾼 셈이다. 마트를 찾은 이들의 눈은 제품이 아닌 가격표를 향하고 있다. 질보다는 양이, 양보다는 가격이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4인 이상 가구의 고충은 더 크다. 아이 셋을 키우는 이윤희(52) 씨는 "장 볼 때 10만원은 이제 우습다. 고기, 치킨, 라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다 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치킨은 (가격을 보면) 정말 욕 나온다. 식비뿐만 아니라 휘발유값도 오르고…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배가 드니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싼 가격의 대명사였던 재래시장도 고물가의 충격을 피해 갈 수 없다.

같은 날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는 '비싸다'는 시민들 한탄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려는 손님과 상인들이 옥신각신하는 풍경이 펼쳐졌고, 거듭되는 손님들의 '물가' 푸념에 상인들은 난색을 보였다.

늘 이곳에서 장을 본다는 이혀레(82) 씨는 "소고기죽을 해 먹으려고 소고기를 샀는데, 5000원어치를 사니 한주먹도 안 되게 주더라"라고 한숨 지었다. 그는 "누구 코에 붙일까 싶다. 낙지도 산 것은 한 마리에 만원이래서 그냥 제일 작고 죽은 것을 5000원에 샀다. 뭐든 비싸서 못 사 먹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부 홍혜정(58) 씨도 "저번에 국수를 샀는데, 예전엔 3000원 했던 것을 5000원에 샀다. 병어도 작은 것 한 마리에 7000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 마리에 1만5000원이나 하더라. 예전엔 1만5000원에 2마리 사면 네 가족이 충분히 먹었는데, 이젠 2마리를 사려면 3만 원이나 든다"면서 "음식뿐 아니라 전기요금, 전화요금, 관리비… 정말 체감하는 물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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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너무 비싸고 양이 적다'는 손님의 불평에 상인들 역시 난감할 뿐이다. 채소를 팔던 70대 김모씨는 "6000원 하던 쪽파 한 다발이 7000원으로, 열무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랐다"며 "하루마다 가격이 오르니 '며칠 전만 해도 안 이랬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비싸냐'며 화를 내는 손님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도 물가고를 겪고 있다.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 합성어)'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휘발유와 경유값도 이미 2000원을 훌쩍 넘었다. 고유가에 운전대 잡기가 부담이고,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해야 할지 고심도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이 예고되면서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래저래 서민들 시름은 한동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가족 단위 손님이 낙지를 구매하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