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급 '해창아폴로21'…"막걸리, 비싸면 안되나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대신협·지발위
프리미엄급 '해창아폴로21'…"막걸리, 비싸면 안되나요"
지역 명물 빵·술 지역효자로 만들자 ⑧해남해창주조장 '해창막걸리’||지역 생산 찹쌀·멥쌀만 사용||9도·12도·15도·18도 고급화||명맥 잇기 위해 2008년 인수||"신제품 출시·증류주 개발도"
  • 입력 : 2022. 05.30(월) 11:10
  • 김은지 기자

2008년 해창주조장을 매입해 14년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오병인 대표.

오랜 역사를 간직해 유명한 해남지역 양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제 때부터 가동됐으며 뒤뜰 조경수와 일본식 정원이 더욱 멋스러움을 더해주는 곳이다. 광주에서 나주, 강진을 지나 해남군 공룡대로에 진입하자 '여행의 시작 땅끝 해남입니다'라고 씌인 공룡 조형물이 눈에 띈다. 조형물을 지나 화산면 해창마을에 다다르자 왕복 1차선 도로 한편에 70~80평 규모의 가정집 건물이 시선을 끈다. 14년째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해창주조장(대표 오병인·56)이다.

해창주조장에서 판매중인 막걸리 제품. (왼쪽 부터) △18도·11만원 △15도·5만5000원 △12도·1만2000원 △9도·8000원.

●찹쌀·멥쌀 재료만 사용한 막걸리가 있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10여개의 옹기 항아리가 진열돼 있고 '해창 18도 Since 1927'라고 표기된 막걸리 모형이 보인다. 모형 뒤편에는 100여 년 전 조성된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어 이곳의 역사가 얼마나 깊은 지를 짐작케 한다. 이곳 정원은 전국 대학 조경학과생들의 필수 답사코스로 알려져 있다. 주조장으로 다가가니 찹쌀을 찌는 지 작업장 솥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해창주조장은 알코올 도수별로 9도(8000원), 12도(1만2000원), 15도(5만5000원), 18도(11만원) 총 4가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15도 제품은 일부 골프장(파인비치CC·솔라시도CC·다산배아채·안양베네스트CC)에서만 취급하며 18도 짜리는 명절과 연말에만 한정 생산한다. 9도와 12도가 대형마트,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주력 제품은 12도다. 막걸리는 고두밥을 찜솥에 찐 후 상온에 식혀 누룩과 물을 일정 비율로 넣고 영상과 저온에서 두달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시음삼아 한잔을 마셔봤다. 덥기도 하고 먼길을 달려온 탓인지 첫 맛이 우유처럼 고소하고 단맛이 입에 확 감긴다. 탄산감이 없는 점도 독특하다. 오 대표는 재료는 찹쌀과 멥쌀만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오 대표의 '고가 마케팅'은 '한국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됐다. 자부심 대부분은 술 재료에서 나온다. 그가 만드는 막걸리는 찹쌀 80%, 멥쌀 20%를 쓴다. 해창 막걸리 6도, 9도, 12도, 18도 막걸리, 다 마찬가지. 찹쌀은 양조장 근처 논에서 수확되는 유기농 찹쌀을 쓴다. 오 대표는 "단맛과 함께 감칠맛도 찹쌀에서 비롯된다"며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도 최대한 적게 넣는다"고 말했다.

해창주조장 1대 창업주시바다히코헤이가 만든 건물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4대째 주인 뚝심 지킨다

해창주조장의 역사는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난 시바다 히코헤이가 1927년 무렵 해창마을로 들어와 광주와 목포에 정미소를 두고 해창에 쌀 창고를 운영하며 청주를 판매했다. 1945년 11월 경 시바다씨가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고 함께 일했던 장남문씨의 소유가 됐다. 1961년에 양조장 정식 면허가 나면서 강진에서 술을 빚던 황의권씨가 당시 벼 300섬에 주조장을 인수해 3대 주인이 됐다. 이후 2008년에 현재의 오병인 대표가 주조장을 매입해 4대 주인이 됐다.

오 대표가 해창주조장을 매입해 막걸리를 빚기로 결심한 데는 평소 막걸리를 즐겨 마셨고 해창 주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오 대표는 "막걸리를 좋아해 택배 주문으로 해창막걸리를 즐겨 마셨는데 고령화로 더 이상 운영하기가 버거워 대를 이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노후생활을 고민하고 있었고 전통을 이어야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업성보다 전통 계승을 위해 오 대표는 해창주조장을 매입했지만 막걸리를 완벽히 빚기까지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오 대표는 "막걸리를 좋아했고 요리에 관심이 많아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도 요리와 같다고 생각해 인수 했다"고 말했다.

오병인 해창주조장대표는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 없이 지역 찹쌀과 멥쌀만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160만원짜리 신제품·증류주 출시 박차

오 대표의 노력으로 해창막걸리는 지난 2014년 찾아가는양조장(농림축산 식품부), 2015년 6월, 2019년 9월, 2021년 3월 남도 전통주에 선정됐다. 해창주조장 막걸리는 전국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하나로마트, 마켓컬리 등에 판매되고 있다.

오 대표는 전국 600여개 주조장에서 판매되는 막걸리 평균 가격이 1500~3000원인데 비해 해창주조장 막걸리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증류주 한병에 160만원 짜리 신제품을 출시한 것.

오 대표는 "18도짜리를 11만원, 21도 짜리를 160만원에 출시했다. 제품 명은 '해창 아폴로21'로 도자기병에 막걸리를 담아 금 한 돈으로 '해창' 글씨를 병에 표기했다. 수도권 롯데백화점(명동점), 신세계백화점(영등포점) 등에 납품되는데 일주일에 1병꼴로 판매되고 있다"며 "오는 9월 부터 독일 함부르크를 찾아 와인과 위스키 제조법을 벤치마킹한 후 해창 18도를 사용한 증류주 35도, 45도, 60도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병인 해창주조장 대표는 21도 막걸리 '해창 아폴로21'제품을 160만원에 출시했다.

해창막걸리는 고두밥을 찜솥에 찐 후 상온에 식혀 누룩과 물을 일정 비율로 넣고 영상과 저온에서 총 두달을 발효하면 완성된다.

글·사진=박간재 ·김은지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