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공행진 기름값… 속타는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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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연일 고공행진 기름값… 속타는 운전자들
리터당 2000원…치솟는 가격 ||석유품 물가지수 최고치 기록 ||운송업 및 배달업 “생계위협” ||“달리면 손해” 고유가에 한숨
  • 입력 : 2022. 03.23(수) 16:00
  • 도선인 기자
지난 14일 광주시내의 한 주유소에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나건호 기자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운전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택시, 배달대행 등 운송업 종사자들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휘발유 전국평균 가격은 리터당 약 2000원으로 최고가는 2872원을 기록했다.

광주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평균 1976원, 전남은 1985원으로 지역 역시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으로 경유 또한 급등했다. 이날 경유 전국평균 가격은 리터당 약 1900원으로 휘발유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휘발유·경유 가격 모두 올 1월 바닥을 찍었지만, 이후 3개월 동안 가파르게 폭등해 체감 물가 상승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석탄 및 석유제품지수'는 166.79로, 2013년 2월(170.0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운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박모(67)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600원, 1700원 하던 게 지금은 2100원이 넘어간다. 한달에 30만원은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라며 "다른 물가도 다 올라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교통서비스라 택시비 가격도 맘대로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용신(69) 씨도 "체감상 기름값이 30%는 오른 거 같다. 확실히 수익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사납금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택시기사 김모(65) 씨는 "기름값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하루 사납금이 만원 올랐다. 코로나 시국에 깎지는 못할 망정 하루에 20만원을 내야 한다"며 "사납금을 제때 못내 회사에서 미납금액만큼 월급을 제하고 줄 때가 일쑤다. 월급이 200만원인데, 100만원 나올 때도 많다"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도 울상이다. 김영민 라이더 유니온 광주지부장은 "보통 하루에 한 번 만원 주유하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2번은 넣어야 주유량이 맞다. 주유비만 2만5000원씩 쓴다"며 "업주들은 배달 대행료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산재·고용보험료 등 세금도 많이 올라 밥값도 못 버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화물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종곤 씨는 "말 그대로 죽겠다. 밥벌이는 고사하고 화물차 할부금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작년 3월에 비해 경유 가격이 배로 뛰어 리터당 1300원 하던 게 지금은 1900원대다. 광주·전남에서 서울을 왕복하면 화물차 기준 경유 200리터 정도 드는데, 기름값만 12만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특수고용직이라 부담은 고스란히 기사 개인 몫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는데, 그만큼 영업용 화물차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유류 보조환급금(유가보조금)도 함께 삭감했다. 지난 3개월동안 경유 가격은 급등하고 보조금까지 깎였으니, 오히려 유류 대책에서 제외된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유가 폭등에 따른 화물노동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물연대본부는 "1900원대로 인상된 경유 가격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화물차를 운행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며 "정부는 유가보조금 삭감이 아닌 유가 상승이 운송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전운임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