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바라는 건 '지원' 아닌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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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자영업자들이 바라는 건 '지원' 아닌 '보상'이다
박성원 디지털콘텐츠본부장 겸 경제부장
  • 입력 : 2021. 03.16(화) 15:57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1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 혹은 연장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오늘도 막막한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모임 자제 분위기는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고, 감염 차단을 위한 영업제한조치는 매출에 직격탄을 안겼다. PC방과 식당, 카페, 주점 등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시로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에 걸려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방역수칙 준수를 위한 '비정상적 영업' 상황이 지속되면서 못 살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크다.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은 더욱 크다. 종업원을 둘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소는 매출 하락에도 버티는 반면, 혼자서 장사를 꾸려 가는 소규모 식당 등은 '코로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무더기로 폐업을 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업을 했던 회사 근처 국수집, 국밥집에는 '영업종료', '임대문의' 안내문이 나란히 내걸렸다. 자영업자들의 피눈물 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을 얻기 힘든 지경이다.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그들의 고단한 삶은 각종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말 서비스업 대출금은 880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28조7000억원 늘었고, 전년 동기대비로는 138조8000억원(18.7%)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서비스업 대출 중에는 주로 자영업자가 몰린 음식 숙박업, 도소매업 등이 3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재난지원금'은 잠시 숨통을 트이게 했을 뿐, 자영업자들의 위기극복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때는 전국민에게 모두 지원했고, 2·3차는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이었다.

정부는 다시 한 번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강조하며 집합금지·집합제한 업종 등에 1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재정당국은 피해계층을 '더 두껍고 넓게'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며 요란을 떨고 있지만, 막상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4차 재난지원금 중 집합금지업종에 책정된 최고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봤자 기껏 서너달 임대료에 불과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영업 피해에 대해 재난지원금 등으로 생색내기식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실보장법' 제정 등 자영업자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 지원을 제도화하고, 이전의 영업 피해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국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희생을 감내해온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경제 기반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휴업하거나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빈곤계층으로 추락하면 그들을 위한 복지 비용으로 현재의 재난지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생긴다'는 의미다.

정부와 정치권이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 지원책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정책이나 예산 결정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른 근시안적 대책이 아니라 자영업자 문제에 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정부 의지가 절실한 때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