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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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호남정치?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1. 02.02(화) 17:14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2021년이 시작한 지 벌써 두 달 째로 접어들었다.

2월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데스크 칼럼 첫 주자가 필자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달 전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간 '이것은 꼭 칼럼으로 써야지'라고 메모해 둔 것들을 꺼낸다.

모조리 코로나19 이야기다. 그만큼 지난 한 해와 올 해 코로나19의 위치는 엄청났다는 뜻이리라. 허나 너무 많이 썼기에 다음을 기약하면서, 이번엔 메모장 앞쪽을 뒤적인다. 그러다가 '호남정치=줄서기?'라는 구절을 발견한다.

이게 무엇인가 하고 날짜를 살펴보니 지역 정치인 몇 분이 벌써부터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그 즈음이다.

필자는 기사던 칼럼이던 직접 대면해서 물어보고 쓰는 편이다. 한번은 모 국회의원에게 칼럼을 쓰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아차 싶었다. 밤 10시가 넘은 것이다.

얼른 끊었지만, 다음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는 정중히 칼럼을 쓰기 위해 물어 볼 것이 있어 전화를 한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줄서기'였다.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을 대표한다. 즉 그 지역의 여론이나 갈망을 알고 이를 국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여론을 알기 위해서는 주로 사람들을 만나거나 언론을 통하는 편이다. 때문에 한 명의 국회의원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한다면 그 지역의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지역민의 여론=국회의원의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치적 삼단 논법의 절차다.

정말 그럴까? 아니 그렇지 않다. 지역구의 여론이나 갈망이 국회의원의 생각과 일치할 수는 있어도 국회의원의 갈망이나 바람이 지역민과 일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엔 몰라도 21세기는 그렇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 1명을 데려간다고 해서 그 지역 주민들이나 여론을 데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되려 지역민의 여론과 반대로 행동하는 국회의원은 그 다음 선거에서 응당의 결과를 통보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정권을 물려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민주당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광주와 전남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역민들이 이미 대선 주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출신 여당 대표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그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지역의 잠룡을 터부시 하지도 않는다.

일단은 지켜보는 것이다. 그것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지금의 대통령이 야인 시절 광주에 내려와 대선 출마를 밝혔을 때, 여론은 결코 좋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따르는 호남정치인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당시 지역민의 여론은 친노패권주의와 개혁정치 실종에 대한 강한 염증을 드러낼 때였다.

호남정치의 역동성과 개혁성이 실종됐기에 지역민들은 '안철수 현상'을 뜨겁게 받아 들였고 결국은 예상을 뒤집고 민주당과 다른 새로운 당을 탄생 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 선택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만큼 자기 주관이 강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자. 국회의원으로서 대선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팀메이트가 돼서 같이 뛰고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의무다. 허나 왜 벌써부터인가?

당신들의 지역민들이 지금부터 그렇게 하라고 여론을 모아주던가? 코로나19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영세업자들이 비명을 질러 대며, 지방 청년들의 취업 문이 닫힌 이 시점이 대선 주자를 선택하고 줄을 서야 할 때인가? 정말 그런가?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 그 행동을 왜 호남 정치인들이 앞장서 하는가?

부디, 일단 할 것부터 더 가열차게 하시길 부탁 드린다. (안 하신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니 지역민의 아우성도 좀 더 들으시고. 그들의 쳐진 어깨도 한번 더 다독여 주시고, 미래를 위한 길도 열어주도록 더욱 고민 하시라. 그거 하시기에도 솔직히 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다들 한번 더 하시려고 그러시는 거 아닌가.

한 가지 더 붙이자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인터넷 언론이나 서울지역 미디어들, 웬만하면 '호남민심 이동' 등의 이상한 제목으로 뉴스 좀 만들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 지역은 DJ 시절부터 학습된 것이 하나 있는데, 지지하는 대선주자를 입 밖으로 밝히는데 극히 신중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짐작을 이 지역 사람 입에서 듣기는 쉽지 않다. 광주 토박이로 이 지역에서 정치부 기자로 오래 근무한 필자의 말이니, 신뢰해도 된다.

그러니 어디서 전국 1000명 중 절반도 참여 안 한 광주‧전남민 목소리를 듣고 지지율이 올랐네 내렸네 하지 좀 마라. 여기 두 지역 합쳐서 몇 백만이 산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