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5>발해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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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25>발해의 흔적을 찾아서
  • 입력 : 2020. 11.05(목) 13:33
  • 편집에디터
발해의 흔적을 찾아서


연해주 크라스키노의 벌판이다. 온 사방으로 드넓게 널려있는 갈대숲을 헤집고 다녔다. 이 근처 어딘가에 성터의 흔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서. 하지만 잃어버린 천 년의 세월은 천명(天命)을 받든 이 몸에게도 감당키가 만만치 않았다. 두만강 하류의 북한과의 국경이 지척인 곳이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 삼각대를 총처럼 들고 다니는 것이 오해 받기 쉽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을 때 일은 이미 터졌다.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포위망이 좁혀 온 것이다. 위기에 처한 황제의 밀명을 받들고 적진으로 뛰어든 것도 아니면서 꼴사납게 되었지 뭔가. 그들은 막무가내고 나는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은 호의를 배풀어 추방령이다. 망국의 한(恨)은 지금도 뱃길로 일본을 오가던 그 자리에서 황제의 조서를 받들고 있을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