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지금은 유권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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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1대 총선, 지금은 유권자의 시간이다"
  • 입력 : 2020. 04.06(월) 14:30
  • 이용환 기자

"4년 후, 국민들이 20대 국회는 정말 달랐다고 박수 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맙시다." 지금으로부터 4년여 전인 지난 2016년 6월 13일.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의 취임사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새롭게 출발하는 20대 국회가 과거의 적폐와 특권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자성이었을 게다. 더 늦기 전에 달라진 국회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호소이기도 했다. 의례적 수사라며 큰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여소야대로 국회가 개편됐고, 3당 체제로 국민의당이 주목을 받았던 터라 그래도 뭔가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20대 국회의 성적표를 복기해 보면 참담할 뿐이다. 출발부터 국회는 우왕좌왕 파행으로 일관했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국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야당은 잦은 장외 집회로 '싸우다 날 샜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의원들의 잇단 '막말'도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국회가 멈추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 또한 다수가 발목이 잡혔다. 미·중 무역 갈등,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침체, 일본의 경제 도발, 급변하던 남북 관계까지 현안이 쏟아지는데도 국회는 없었다. 골든타임을 놓친 채 뒷북으로 처리된 안건도 부지기수였다. 국회의 존립 이유인 법안 처리는 더 한심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일 현재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만1552건에 이르지만 처리된 것은 6194건에 불과하다. 처리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계류 중인 법안도 1만5030건에 이른다. 그야말로 무능하고 존재감 없던 20대 국회였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에서 국회의 위상은 엄청나다.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까지 바꿀 수 있다. 당장 국회는 헌법기관으로 헌법개정안을 제안하고 의결한다. 모든 국가 작용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할 수도 있다.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예산과 기금의 사용도 그들의 결정에 달려있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율, 과세표준 등 세금을 법률로 규정하고 헌법기관 구성이나 탄핵소추권도 주어진다. 이뿐이 아니다. 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에 대한 동의권과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이나 권한도 중요하다. 연봉 1억5000만원이 넘는다는 세비, 공항 귀빈실 이용, 해외시찰 지원 등 특혜도 많다. 결코 '국개의원'이라는 저속한 비속어로 조롱받아서는 안 될 막중한 자리다.

이제 다시 8일 후면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20대 국회처럼 후보자들은 '정말 달라지겠다'고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고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국민만을 바라보겠다던 약속은 내팽개친 채 지난 4년을 오직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살아왔던 일부 현직 국회의원도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제발 살려 달라'며 큰 절을 하는 뻔뻔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들에게 변화를 맡겨서는 제대로 된 정치는 백년하청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이 국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유권자의 뜻은 안중에도 없이 개인의 정치적 안위만을 좇아 이리저리 당적을 옮겨 다니는 소신 없는 정치인도 퇴출 1순위다.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서민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의 치부에만 관심 있는 탐욕스런 정치인. 선거 때면 고개를 숙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거들먹거리는 오만한 정치인.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되든 당리당략에만 급급한 그런 정당까지 유권자가 준엄하게 심판을 해야 한다. 잘못된 정치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정치인이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인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제 대통령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했다. 조국을 임명할 지 아닐 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라는 의미였다. 국회의원도 결국은 유권자가 임명한다. 다수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에 임명할 지, 말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온갖 막말이 난무하고,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로 비아냥 받던 20대 국회를 견디며 4년을 기다려왔던 21대 총선. 지금이야말로 유권자에게 주어진 유권자의 시간이다. 경제2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