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외식·꽃·여행 수요 둔화…0%대 저물가 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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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코로나 여파에 외식·꽃·여행 수요 둔화…0%대 저물가 또 오나
  • 입력 : 2020. 03.03(화) 16:28
  •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물가에서도 감지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감염병 사태로 수요는 이미 위축될 만큼 위축된 상태다. 이에 물가 상승률 역시 당초 당국의 예상인 1%대 초·중반에서 안정적으로 머물긴 어렵게 됐다. 다음달 중 국제유가의 급락세까지 반영되면 지난해에 이어 0%대 저(低)물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8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1.1% 올랐다. 두 달째 1%대를 이어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2018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간 1%를 웃돌다가 지난해에는 매월 그에 미치지 못했었다.

상승 폭이 전월(1.5%)보다 축소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비, 해외여행비, 꽃(생화) 가격 등이 하락했던 영향으로 통계 당국은 분석했다.

외식비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0.7%인데, 이는 2013년 7월(0.7%) 이후 최저치다. 외식비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른 것은 2013년 2월(0.9%) 이후 지난 1월(0.7%)에 이어 처음이다. 정부의 복지 정책 영향에 학교급식비(-57.9%)가 크게 하락했고, 생선회(-2.1%) 가격도 내렸다. 이와 함께 피자(0.0%), 도시락(0.0%), 국산차(0.2%), 해물찜(0.5%), 오리고기(0.9%), 커피(0.9%), 소주(0.9%) 등이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 수요가 줄면서 식자재로 사용되는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도 내렸다. 마늘(-23.8%), 생강(-23.1%), 고구마(-22.8%), 감자(-19.8%), 고춧가루(-15.1%), 콩(-14.2%) 등이 대표적이다. 수박(-38.5%), 복숭아(-23.7%), 참외(-27.3%), 배(-18.9%), 귤(-16.9%) 등 일부 과일값도 하락률이 높았다.

감염병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외부 활동을 줄이는 경향이 외식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외식비는 통상 인건비 등이 반영되는 연초에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엔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식비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0%로, 같은달 기준 2019년(0.2%), 2018년(0.4%), 2017년(0.3%), 2016년(0.3%) 등보다 낮다.

해외단체여행비는 전년 동월 대비 -8.9% 하락했다. 콘도이용료(-5.6%), 호텔숙박료(-3.4%) 등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품목들의 가격을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각각 -5.8%, -9.5%, -3.8% 등으로 나타난다.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품목 중에는 국제항공료(-4.2%)도 있다.

외식비와 해외단체여행비 등은 상품이 아닌 서비스 물가로 잡힌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1년 전 대비 0.4% 올랐는데,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등학교납입금(36.2%), 이러닝이용료(-17.1%), 병원검사료(-14.2%), 보육시설이용료(-5.1%) 등이 하락한 영향도 일부 반영된 결과다.

이밖에 졸업식, 입학식 등을 계기로 연초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 생화 가격이 지난달 1년 전 대비 -2.6%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 보면 하락률은 -11.8%로 커진다. 중국산 화훼 수입이 늘었던 지난해(-13.5%)를 제외하면 2월 기준 생화 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18년 16.3%, 2017년 2.1%, 2016년 10.2% 등으로 높게 나타났었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년여 만에 1%대로 올라서면서 지난해 하반기 한 차례 제기됐던 '디플레이션'(deflation) 논쟁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충격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분간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물가 상승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 대비 12.5% 올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중 시행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에 따른 기저효과인 것으로 통계청은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는 10% 넘게 급락한 상태다. 통상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영향은 다음달부터 물가 상승률에 반영될 전망이다.

한편 매일같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의 경우 사정이 좀 다르다. 통계청은 지난 6일부터 마스크를 예비 조사 품목에 넣어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마스크가 공식 품목으로 집계돼 물가가 공표되는 건 내년에야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마스크 가격은 KF94 기준 온라인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1매당 800원대에서 사태 이후 4000원대로 급등했다. 약국 등 오프라인에서의 가격은 2000원대에 머물며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시스 news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