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바이올린은 하모니를 낼 수 없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공연
"쪼개진 바이올린은 하모니를 낼 수 없다"
◇통일문화제 대상 정유진 바로문화원 원장 인터뷰||분단 한반도는 동강난 바이올린으로… 장관상 수상||"평화·치유 메시지 전하는 예술가적 행로 걷고파"||
  • 입력 : 2020. 01.13(월) 17:14
  • 최황지 기자

정유진 원장과 작품 '두 개로 잘라진 바이올린, 분단의 한반도 지도'. 정유진 원장 제공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치료사인 정유진(39) 바로문화원 원장이 '평화와 치유'라는 의미를 좇는 예술가의 삶을 꿈꾸게 된 건 지난 2008년 열린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부터였다.

행사 한편에 마련된 북한 아이들 사진전에서 정 원장은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행사를 기점으로 그는 남북한의 인권 문제, 나아가 통일을 생각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후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에 연주 전공이 아닌 '뮤직테라피' 전공으로 진학했다. 탈북자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이슈를 보고선 2013년 미국 뮤직테라피협회가 1년에 한 번씩 보스턴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에서 '탈북자들의 정신 건강과 뮤직테라피'라는 사례발표를 진행해 큰 관심을 받았다.

남북한에 대한 관심은 학업뿐만 아니라 음악적 영감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을 담은 음악인 'The Story of North and South'를 작곡했다. 이후 시각적 작업을 거쳐 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렸고 사람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받았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사회적 이슈를 담은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작곡한 뒤 영상으로 제작하며 대형 동영상 플랫폼인 SNS에 올리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다방면 활약은 국내에서 도예가로 굵직한 활약을 하고 있는 도예가 김은진 작가의 조언이 큰힘이 됐다.

김 작가는 "음악가로 살거나 미술가로 사는 것 보다 예술가로 살아라. 지금은 하나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예술가로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데에서 나아가 의미를 담는 작업을 다수 펼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평화와 치유를 담은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융합예술에 입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배운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제작한 미디어 회화 작품은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 공모전인 제 23회 통일문화제 통일미술대전에서 정 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작품 '두 개로 잘라진 바이올린, 분단의 한반도 지도'는 동강난 바이올린에 분단된 한반도를 형상화하는 작품으로 "쪼개진 바이올린은 하모니를 낼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쪼개진 바이올린'에 대한 아이디어는 분단된 한반도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는 정 원장만의 도구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남북한에 대한 관계를 설명했을 때 많이 사용하던 방법이었다"며 "원래 한 몸이었던 바이올린은 둘로 갈라지면 소리가 안난다. 한반도의 상황이 그런 상황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는 나라인데 지금은 각자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모습을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정 원장은 '평화와 치유'의 의미를 좇는 융합예술가를 소망한다. 그는 "음악은 흘러가는 데 영상은 사람들을 붙잡는 영향력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나는 통일 문제를 건조하고 지루하게 설명하지 않고 즐겁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예술가가 되겠다. 많은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남북한 문제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최황지 기자

정유진 원장 작품 '두 개로 잘라진 바이올린, 분단의 한반도 지도'. 정유진 원장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