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취급' 친구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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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장난감 취급' 친구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 자수
지난 3월 이후 괴롭힘, 담배 심부름, 무차별 폭행 등 지속||목발, 우산, 청소봉까지 사용해 돌아가며 수십여대씩 폭행||렌터카 타고 도주했다 순창에서 자수… 이틀간 시신 방치
  • 입력 : 2019. 06.11(화) 18:09
  • 오선우 기자
광주 북부경찰은 11일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19)씨 등 10대 4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전 1시께 무차별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친구를 광주 북구 한 원룸에 방치하고 도주하는 10대들의 모습.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직업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범행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돌아가며 폭행한 후 피해 학생이 숨지자 도주해 이틀간 시신을 원룸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은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19)군 등 10대 4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A군 등 4명은 지난 9일 오전 1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원룸에서 친구 B(18)군을 돌아가며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8일 저녁 배달 음식을 함께 시켜 먹은 후 9일 오전 1시부터 B군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B군에게 억지로 4명 중 한 명을 놀리라고 시키면, 놀림 받은 친구가 B군을 폭행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수차례에 걸쳐 구타가 이뤄졌다.

이들 4명은 주먹과 발을 사용해 부위를 가리지 않고 B군의 전신을 수십차례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B군에게 차량에서 담배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으나, 찾아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폭행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B군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B군이 숨을 쉬지 않자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B군이 숨진 것을 확인하자 겁을 먹은 이들은 B군의 휴대전화를 챙겨 렌터카를 빌려 타고 고향인 순창으로 도주했으나, 범행 이틀여 만인 10일 오후 10시35분께 전화로 자수했다.

"광주 북구 두암동 원룸에서 친구가 숨졌다"는 사건 내용을 전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전달 받은 북부서 형사과 강력팀은 즉시 출동해 시신을 확인했다. 피해자 B군은 하의만 입은 채 방 안에 쓰러져 숨져 있었고, 온몸이 멍과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방 안에서는 그동안 폭행에 사용된 휘어진 철제 목발, 구부러진 우산, 찌그러진 청소봉 등이 발견됐으며 창문에는 피가 튄 자국까지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약 3개월 간 8~9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주먹·발길질은 물론 각종 도구를 사용해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폭행 후 도주하기 20분 전 B군이 의식을 잃었다고 진술한 점으로 볼 때 폭행이 2시간 이상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해자인 10대 4명(전북 출신 3명, 전남 출신 1명)과 경남 출신인 피해자 B군은 지난해 광주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처음 알게 됐다. 고향은 달랐으나 모두 타지에서 생활하는 처지라 급격하게 친해져 올해 3월부터 원룸에 모여 함께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래들이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힘에 의한 상하관계가 생겨, 상대적으로 어수룩한 면이 있었던 B군이 심부름과 괴롭힘의 타깃이 됐다.

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B군을 괴롭히거나 심부름을 시켰고, 사소한 트집을 잡아 폭행했다. B군의 시신에서 발견된 무수히 많은 멍 자국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B군의 시신 검안 결과 폭행에 의한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추정됨에 따라 A군 등 4명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