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맞추기 위해 보낸 시간을 나에게 쏟았다면 인생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스무살 시절엔 매일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안됐던 의무감에 시달렸다. 돌아보건데 청춘이라 불렀던 그날들은 늘상 비 오기 전의 여름날과 비슷했다. 짙게 깔린 먹구름 아래, 곧 쏟아질 비를 예감하며 땀으로 찐득해진 티셔츠에 손바람을 넣던. 친구들과 한잔 할 때는 부족한 안주와 술, 넘치는 말들이 자리했고 그때마다 청춘은 마치 땅콩 같았다. 살짝만 밀어도 껍질이 벗겨지고, 조금만 힘을 주면 반으로 부숴질 것...
노병하 기자2022.06.02 14:41"MZ세대가 미술시장에 뛰어들면서 아트페어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어요. 아트부산에 오면 미술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 작가나 컬렉터들에겐 아트축제의 장이죠." 필자는 최근 '아트부산 2022' 행사장을 다녀왔다. 공식 개막 전날 열린 VIP 프리뷰 현장에서 인터뷰를 했던 한 청년 아티스트에게 아트부산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화랑미술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제11회 아트부산'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올...
최권범 기자2022.05.26 13:06"달콤 상큼, 노랗고 투명한 빛깔이 예쁘고 석류 콜라겐보다 더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좋네요." 최근 우연한 기회에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전남지역 업체가 생산한 몇몇 제품을 맛보는 행운을 얻었다. 그 중 몇개를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고맙게도 맛있게 잘 먹었다며 품평을 보내 준 문자다. 이 제품은 고흥 두원농협에서 출시한 '두힐고흥 유자C 콜라겐' 이다. 유자 과즙이 많이 들어 있어 식감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유자 원물이나 유자차, 유자청 판매 정도로 그쳤던 유자가 일약 변신 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진도 특산물 강...
박간재 기자2022.05.19 13:29"공약을 발굴하고 예산반영 등 실현단계까지 적어도 4~5년은 걸립니다. 새 정부 출범 시기에 성장 동력을 찾는데 소홀하다면 10년 뒤 광주의 미래는 없습니다." 5년마다 정권 이양기에 지역현안이 새 정부 공약으로 반영되도록 '공약 세일즈'에 올인하는 광주시 공무원들의 간절한 속내이다. 지역에 현안들은 넘치고 넘쳐나지만 새 정부 공약으로 채택되는 건 기껏 열 손가락 내외다. 그것도 정치 지형도에 따라 어느 한쪽은 전폭적 지원을 그렇지 못하면 '홀대'라는 낙인이 5년 내내 따라 붙는다. 여기에다 수도권과 멀어 접근성은 떨어지고 경제성만...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5.05 13:55울릉도에는 없는 게 3가지 있다고 한다. 공해와 뱀, 도둑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군과 의회에 더불어민주당이 없다. 무소속 기초의원 1명을 빼면, 군수와 지방의원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오랜동안 국민의힘의 '안방'이 되어왔다. 반대로 광주와 전남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없다. 시도와 지방의회의 안주인은 파란색의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에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 기득권층은 더 공고해지고, 위기가 온다. 일당 독식의 위험성이다. 광주·전남의 위기는 '정치적 섬'이...
서울=김선욱 기자2022.04.21 13:14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소위 민주당이 걸어온 역사다. 민주당은 광주를 비롯해 전남·북 등 호남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이다. 지금껏 세 차례 대통령도 배출한 '명문' 정당이기도 하다. 강력한 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일 때는 '진보'의 아이콘처럼 여겨졌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에서는 보수색이 짙은 '여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껏 대부분의 지방 권력은 민주당의 몫이었고, '민주당 공천=당선'은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다. 그동안의 지방 권력 지형도가 좋은 예다. 광주지역 광역의원은 민주당 일색이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 최근 7회 선거까지 선출직으로 민주당 이외에 시민의 직접 선택으로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 제4선거구에서 옛 민주노동당 후보...
홍성장 기자2022.04.14 15:484월이다. 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벌써 그렇게 됐다. 지난 3월은 춥고도 뜨거웠다.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결과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었다. 1%도 안 되는 차이였다. 당선은 됐지만 출발부터 부담을 안은 셈이다. 광주와 전남은 예상대로 한쪽 후보에 몰표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광주에서 10%대의 득표율을 얻었다.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사실 '무서운 이야기'다. 철옹성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법이다. 10%대 지지는 작은 구멍이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커...
노병하 기자2022.03.31 13:32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안겨준 것은 다름아닌 'K-컬처'였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신드롬, BTS의 눈부신 활약 등 한류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면서 국민들은 우리 문화의 위대함에 감동했다. 문화로 먹고 살고, 또 나라의 국격도 높아지는 시대가 오면서 '문화강국' 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대한민국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광주 역시 'K-컬처'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다. ...
최권범 기자2022.03.17 11:47"트럼프 한명이려니 하고 잠시 웃고 지나 갔는데 이게 이제는 전세계 트렌드가 돼 가는 건 아닌 지 우려됩니다." 최근 한 지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제20대 대선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 꺼낸 말이다. 그의 말처럼 지구촌 정세가 정말 '거꾸로 가는 글로벌 시대'가 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필자 뿐일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 트럼프의 미국이 그랬듯이 새로운 민족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듯 해 걱정스럽다. 예전의 연대, 공정, 비전, 아젠다, 철학을 최고의 가치로 표방하던 지도자들 역시 사라지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범...
박간재 기자2022.03.10 13:38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광주가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발표한 게 발단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신세계그룹은 광주에 대형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조성사업을 추진하다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약 3년 만에 이를 백지화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거리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나"라며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 민주당 독점 정치가 지역민을 위해 한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2.24 16:09'RE100'이 뭐죠? 지난 3일 열린 첫 대선후보 4자 TV 토론회 생중계 현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100%"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은 토론회가 끝난 후 정치공방으로 비화됐다. 민주당은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트집' 잡는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그 정도도 모르냐",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장학퀴즈냐"며 때아닌 공방이 벌어졌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전국민이 'RE100'(Renewable Energy 100%...
서울=김선욱 기자2022.02.10 13:16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박승희….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 갔다. 현재 그들에게 국가가 부여한 지위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의·의결된 이들이다. 모두 9844명이다. 민주화운동은 1964년 한일회담반대운동, 1969년 삼선개헌반대운동, 1979년 부마항쟁, 1987년 민주화운동, 1989년 전교조 해직사건 등이다. 법은 2000년 1월 제정됐다. 법에 따라 보상도 이뤄졌고, 명예회복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호칭 부여다. 그런데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명예회복이다. 법안 역시 국가의 '자발적' 제정은 아니었다. 1998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국회 앞에서 422일간 농성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애매한' 명예회복에 대한 비판이 적잖다. 지난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
홍성장 기자2022.01.20 13:14코로나19의 침공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어간다. 2020년 1월부터 전세계로 퍼져 나간 코로나19는 2022년인 지금도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새해 초 부터 백신을 3차까지 맞아야 확진자가 감소한다면서 방역패스 제도를 확대했다. 쉽게 말하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운신의 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4일 아침, 습관처럼 서울지역 미디어(그들은 전국 미디어라고 부른다) 뉴스를 보니 방역패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는 내용이 강세다. 소위 대한민국 메이저 언론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기사를 보...
노병하 기자2022.01.04 15:28하루 뒤면 새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 한 해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신축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슈가 넘쳐났던 한 해였다. 특히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은 쉽사리 그 끝을 보여주지 않고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했다.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일상으로의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한층 더 강력해진 팬데믹과 마주한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안겨준 일도 적지 않았다. ...
최권범 기자2021.12.29 13:11#지난 달 11일 여수 엑스포컨벤션센터 엑스포홀. 창업지원 1000개 기업 달성을 기념하는 '2021 전남도 스타트업 엑스포(Start-up Expo)'가 열렸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정영준)가 지난 2015년 개소 이후 전남도 지원과 함께 6년 만에 1000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예비창업자 부트캠프와 개별 맞춤형 창업지원에 나선 덕택이다. 그 결과 584개 신규 창업기업을 육성 했으며 664개 기업에 창업자 입주공간 무상제공, 농수산식품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했다. 행사에는 전남 농수산식품 기업 1...
박간재 기자2021.12.22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