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뜸 필자의 옆으로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제가 지금 남다른 직책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조그마한 건강 문제 하나로 고민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제 개인의 인생 문제도 굽이굽이 기복이 많아 고민이 많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들으니 선생님께서는 손님을 대하면 금방 모든 것을 미리 아시는 듯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듣고, 오늘 짬을 내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고 말했다.
얼른 청년의 생일 생시를 물어보았다. 그는 1974년 갑인(甲寅)년, 병자(丙子)월, 임진(壬辰)일, 정미(丁未)시로 이상하게도 금(金)의 오행(五行)은 아예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신기한 점은 4개의 오행이 서로 똑같은 힘으로 서로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젊은이는 사주 오행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청수(淸秀)함이 있어 높은 관직에 나아갈 것이나, 한편으로 출생일에 강렬한 살이 있어 살아가는데 기복이 많고, 특히 성질이 급하고 과한 데가 있어 그로 인한 실수가 두려우니, 모든 일 처리에 신중에 신중을 당부할 뿐이며, 또한 건강문제는 오행 중에 금이 없고, 또 금은 우리 오장으로 비유하면 폐가 되는 것이니, 폐와 기관지의 병, 비염이나 감기 등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그 청년에게 추천했던 약재로는 다음과 같으니, 바로 행인·상백피·신이화·황금이다.
우선 행인의 약성을 알아보면, 폐에 작용해 폐의 기가 위로 치솟고 건조해 발생하는 기침·가래·천식 등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또 기름기가 풍부하여 장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변비에도 좋으며, 위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시켜 소화를 잘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신이는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면서 방향성이 있어 코를 잘 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감기로 인해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는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치통에도 이용된다. 풍한으로 인한 두통, 비색, 비연, 냄새를 못 맡고 자주 탁한 콧물을 흘릴 때, 사용되는 아주 좋은 약재다.
마지막으로 알고보니 이 청년은 수재 중의 수재로,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를 거쳐 현직 검사직을 열심히 수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주 일이 꼬이고 자기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진퇴양난의 난제가 자주 이어지자, 휴일을 맞아 필자의 사무실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오래 살다 보면, 세상만사 모든 일이 자기 생각대로만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좋든 싫든 각자 정해진 운로를 따라 전개되기 마련이며, 어쩌면 그것이 필연이 되고 만다. 당시 청년에게 역학적 판단과 경험담을 잠시 이야기하고 그를 보냈다.
김화선 기자 hwasun.kim@jnilbo.com hwasu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