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은 KTX가 정차하지 않으면서 두달만에 도심 거점역에서 존폐기로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고, 변방역에 머물러 있던 송정역은 승객이 3배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송정역 이용객 '쑥' 새도약
송정역은 KTX가 본격 개통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아 한껏 들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개통 101년만에 호남고속철도 시대의 중심지로 재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광주시와 코레일에 따르면 송정역은 KTX개통 이후 일일 평균 이용승객이 5000여명 수준에서 현재 1만5000여명으로 3배가 급증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가장 많은 1만7566명이 이용하면서 KTX 개통 효과를 제대로 실감케 했다. 월별 이용객을 봐도 개통 전인 1, 2, 3월 15만여명 수준에서 개통 첫 달인 지난 4월에는 37만여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7일 현재 5월 이용객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37만6290명으로, 송정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두달여만에 이용객이 폭증하면서 송정역은 협소한 대합실과 주차난, 교통난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합실에는 승객들이 앉을 자리 조차 부족해 KTX 역사관이나 탑승구 등지에 서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송정역사 인근 상가도 KTX 개통 전에 비해 활기에 찬 모습이다. 주변 상인들은 4월 중순께부터 매출이 5~20%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청산도 예약하신 분"이라는 여행사 직원의 목소리가 대합실에 울려 퍼지는가 하면 역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하다.
●광주역 '뚝' 폐쇄여론 불거져
반면 도시 반대편, 광주역은 상황은 송정역과 정반대다.
KTX 진입이 끊기면서 거점기능을 상실한 광주역은 이용객 급감과 역세권 쇠락에 따른 후폭풍으로 폐쇄 여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실제 광주역 이용객은 지난 1월 한달간 14만9024명이던 것이 지난 4월에는 4만1869명으로 10만명이 넘게 급감했다.
광주역 대합실이 넓게 느껴질 정도로 이용승객들이 보이지 않아 적막감만 맴돌 뿐이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하며 광주 교통의 거점 역할을 해 온 옛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탑승구와 연결된 자전거 주차장 시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광주역 직원은 근무자 수가 줄어 야간에 혼자 근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광주역은 현 주소인 북구 중흥동으로 이전한 지 50년도 되지 않았지만, 광주역이 최초로 영업을 시작한 1922년 이후 50여 년 동안 동구 대인동에 위치해 있을 시절부터 도심 교통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이로 인해 주변 상권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주변 20여 곳의 상가 중 5곳이 이미 폐업했으며 10여 곳은 개점 휴업 상태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역내 7개 상점도 코레일 직영 2곳을 제외하고는 폐업이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속이 타들어 가는 상인들은 거의 매일같이 광주시와 북구청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대춘 광주역 주변 상인회 부회장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인들은 광주시 관계자들과 두 달째 면담을 하고 있지만 시에서는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 북구와 북구의회에서는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광주역을 폐쇄한 후 제대로 도시재생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진행한 지난 4월 시민 간담회에서는 광주역 폐쇄를 전제로 공원 조성, 공공기관 유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시설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주변 상인들은 광주역 존치를 주장하고 있어 광주역 존폐 문제는 결코 쉽지 않은 지역 최대 난제로 남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광주역을 존치하면서 물밑에서 KTX 등 다른 노선 열차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 jm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