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혜 기자 |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는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대화 내용들이 나왔고, 유족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고인을 애도하는 이들과 가해자로 지목된 자들을 옹호하는 이들이 얹어대는 말에 매일 기사가 쏟아지고, 각 정치권에서 제기한 비판은 어느새 진영 싸움으로 변질되는 등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는 중이다.
당초 “고인이 고충을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고 해명한 MBC는 비판이 커지자 오씨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떠나 오씨가 이를 따질 수 있는 대상이 되는지조차 불확실하다.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을 하던 오씨의 고용 형태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님에 따라 괴롭힘 여부를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기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해져 있는 출근 시간과 일수, 정규직과 동일한 장소, 지정된 본인의 자리에서 근무하지만 프리랜서 계약자라는 이유로 받았던 부당함과 4대보험도 가입하지 못했던 시절이 나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무늬만 프리랜서’인 작가, 기상캐스터, 리포터 등 간접고용 형태의 피해자들은 수두룩하다. 방송국에만 한정시킬 일도 아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에 따르면 직장인의 18%, 즉 5명 중 1명은 비근로계약서를 쓰고도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한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마련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법의 테두리에서조차 밖으로 내몰린 이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접 겪어봐야 할까.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