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윤석열과 '양심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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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윤석열과 '양심의 부재'
오지현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5. 03.10(월) 18:00
고대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윤리에서 발전한 양심(conscience)의 어원은 conscient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함께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Con과 ‘지식’이라는 뜻을 가진 scientia가 결합해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구와 아는 것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크라테스가 양심을 ‘내면의 목소리’라고 정의내린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 자신과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뜻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이를 기반으로 해석한다면 양심이라는 단어의 뜻은 ‘내가 아는 어떤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되물어야 하는 도덕적인 자기 성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8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 혐의로 지난 1월 15일 체포된지 52일만에 대통령 관저로 돌아가게 됐다.

석방된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앞 경호차에서 내려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내쥐어보였다.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시설 즐겨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삼일절이 지난지 정확히 일주일. 양심이라고는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관저로 향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보던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시 ‘서시’를 통해 자신의 부끄러움, 즉 양심에 대해 노래한다. 그러나 이는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자 윤리적 자아 실현을 위한 능동적인 태도다.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듯, 어떤 잘못을 했던 간에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를 반성하려는 태도는 한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윤동주는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 양심과 실제적 자아 사이에 존재하는 현격한 괴리에 괴로워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심을 조정하거나 신념을 포기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서 더 나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선택했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실상 양심이 부재한 이들이 파다한 세상에 매번 좌절하게 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이 있는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믿음을 걸어본다.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들이 기다리는 양심적 판단이 선고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