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편견 없는 이해와 사랑으로 만든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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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편견 없는 이해와 사랑으로 만든 희망의 메시지
저스틴 밸도니 감독 ‘It ends with us (우리가 끝이야)’
  • 입력 : 2025. 02.03(월) 17:22
저스틴 밸도니 감독 ‘It ends with us (우리가 끝이야)’. 소니 픽쳐스 제공
저스틴 밸도니 감독 ‘It ends with us (우리가 끝이야)’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콜린 후버. 올해 46세에 접어든 그녀의 소설은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Slammed)’(2012)로 각광받은 이후 출간되는 족족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작품을 제외하고 거의 번역 출판되어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녀는 폭력의 대물림, 인간의 악한 본성,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미움, 용서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문장 안에서 녹여내는 마법을 부리고, 독자는 한번 책을 손에 쥐면 놓지 못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베스트셀러이고 미국 최고의 인기 작가인가 보다.

그녀의 작품 ‘베러티(Verity)’(2018)와 ‘리마인더스 오브 힘(Reminders of him)’(2022)은 할리우드에서 현재 촬영 중이라 곧 영화로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콜린 후버의 많은 소설이 영화화될 만큼 그녀의 핍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필력은 전세계의 독자를 미혹에 빠트리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호놀룰루행 아시아나 OZ232를 타고서 필자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영상 중 어떤 영화가 있는지를 마치 본업인 양 살폈다. 보지 않았던 영화 중 할리우드 최신판 섹션에서 자석에 끌리듯 열어본 영화가 ‘It ends with us’였다. 콜린 후버의 베스트셀러 소설 ‘It ends with us’(2016)라서. 이 소설은 한국에서 ‘우리가 끝이야’(2022)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고, 영화는 2024년 가을 롯데시네마 한 곳에서 개봉한 바 있었지만,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보스턴으로 이사간 릴리(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빠의 부음을 받고 급히 고향집으로 온다. 엄마의 요청에 따라 장례식장에서 아빠의 장점 5가지를 말하는 추도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어릴 적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그만 단상에서 내려오고만다. 장례식을 망친 끝에 옥상에서 죽음에 대한 사념 중인데, 웬 남자가 옥상에 올라와 의자를 걷어찬다. 신경외과 의사라는 이 남자 라일(배우 저스틴 밸도니)과는 수술실 콜이 들어오면서 짧은 만남으로 끝났지만, 이내 다시 또 만난다. 릴리가 갓 개업한 꽃집에서 직원으로 자원한 알리사(배우 제니 슬레이트)의 오빠로서, 그리고 첫 고객으로서. 이 우연으로 좋은 관계로 발전해가는 와중에 한 레스토랑에서 오너 셰프가 된 첫사랑 애틀러스(배우 브랜던 스클래너)를 만나게 된다. 이 세 사람의 만남은 라일에게 질투와 함께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나게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세밀한 영화적 문법으로 표현해내는 감독 겸 배우인 저스틴 밸도니의 연기력과 눈으로 웃는 연기를 너무도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원작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로맨스 장르의 영화는 주역들의 사랑스러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로맨스만을 다루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픔과 상처가 있다.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겪는 현대인의 특성을 직시한 것이다.

릴리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를 보고 자라왔고 심지어는 남자친구 애틀러스까지 폭행한 아빠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를 결혼 후 남편에게 느낌으로써 고통스러운 과거에 갇힌다. 라일은 어린 시절 총을 가지고 놀다 형을 죽게 만든 트라우마가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불완전함으로 고통받고 있다. 애틀러스 또한 계부의 폭력으로 집을 나와 자살하려던 소년이었다. 이들에게는 편견 없는 이해와 사랑만이 치료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내 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게 한다면, 뭐라고 답해줄 거야?”,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해. 우리가 끝이야.” 그런데,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할리우드 연예계 뉴스에는 이 영화로부터 불거진 라이블리 부부와 밸도니 부부 간의 법정다툼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한다. 콜린 후버의 아들 스캔들도 뉴스의 중심에 있다. 이로써 콜린의 작품도 폭력에 대한 지나친 미화 아니냐, 삼류소설이라는 등 설왕설래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중이다.

유명인이 유명세를 치르는 모양새라 적이 안타깝다. 유명인 가족 또한 유명인 못지않게 공인의 자세를 지켜주는 긴장감을 갖춰야 하는데 말이다. 이에 비하면, 필자는 유명인이 아니라 썩 다행스럽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