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기권 패한 커제 9단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커제는 지난 23일 열린 한국기원 주최 LG배 기왕전 결승 3국에서 사석(바둑에서 잡은 상대방 돌) 관리 규정을 어겨 심판의 경고를 받자 바로 반발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께 한국기원이 신설한 것으로, 사석은 반드시 사석 통에 넣어야 한다.
반면, 사석도 집으로 계산하는 한국과 달리 바둑판에 놓인 돌만 계산하는 중국 바둑 경기에선 사석 관리에 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 커제는 사석을 탁자 위에 놓았다가 경고를 받았다. 반칙 선언에 불복한 커제가 대국 재개를 거부해 기권패가 결정되자 중국 위기협회(중국바둑협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선수단은 결승 최종국 다음날 열린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준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게 된 커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중국으로 돌아간 커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을 '세계대회 8관왕'에서 '세계대회 9관왕'으로 수정했다. LG배 우승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커제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바둑 원로인 녜웨이핑 9단 등 중국 프로기사들도 LG배 기권패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본 중국 현지 누리꾼들 또한 커제의 SNS를 '9관왕'이라는 댓글로 도배하며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경기에서 실제로 이기지도 않은 변상일이 우승을 차지했다"며 "한국은 우승을 가져간 대신 체면을 잃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LG배 사태 이후 25일 중국 위기협회는 갑자기 '중국 바둑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참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에는 한국 선수 20여명이 중국 바둑리그에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또 28일 중국 위기협회가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 결정전에 불참한다고 밝히면서 이 대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 대회에는 커제를 비롯한 중국 선수 4명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기원도 설 연휴 이후 사석 관리 규정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사석 관리 규정은 국제 대회 때 중국 선수들이 따낸 돌을 이리저리 던져놓아 형세 판단에 혼란을 겪게 만드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을 계가 때 집을 메우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대국 중에 상대 사석 수를 계속 확인하면서 형세를 판단한다.
반면 중국 바둑은 계가 때 바둑판 위에 있는 살아있는 돌만 세기 때문에 사석이 필요 없다. 따라서 따낸 돌을 아무 데나 놓거나 상대 바둑돌 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한국 기원 측은 논란이 된 결승 대국 이전에 중국 바둑팀에 새로 만든 사석 관리 규정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커제가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논란의 패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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