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소환된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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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소환된 히틀러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5. 01.23(목) 17:34
이용환 논설실장
1925년 7월,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자서전 한 권을 출판했다. 공포정치의 당위성, 인종차별과 전체주의, 세계 정복의 야망을 낱낱이 담은 책 ‘나의 투쟁’이었다. 1923년 독일을 전복시키기 위해 일으켰던 뮌헨 폭동에 실패해 란츠베르크 교도소에 수감됐던 히틀러. 그에게 유대인은 교활한 장사수완으로 게르만 민족의 자본과 사람을 착취하며 사회를 좀먹는 존재였다. 의회나 사회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답이 없는 쓰레기들이었다.

자서전에서 히틀러가 가장 강조한 것도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아리아인(독일 민족) 지상주의였다. 인류 전체를 문화 창조자와 문화 지지자, 문화 파괴자로 나눌 때 문화 창조자는 오직 아리아인뿐이며, 그 밖의 비(非)아리아 인종은 기껏해야 문화 지지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반면 문화 파괴자로 가장 증오해아 할 민족은 유대인을 들었다. 그에게 유대인은 ‘인류 문화의 적’이면서 ‘절멸의 운명만 부여된 민족’이었다. “민족의 피가 더럽혀져 가는 이 시대에 자국의 가장 우월한 인종 보존에 최선을 다한 국가는 언젠가 분명 세상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 나오는 글이다.

히틀러는 권력욕과 오만함이 만들어낸 지구상 최악의 독재자다. 20세기 가장 잔학한 인물이기도 하다. 35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명을 빼앗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면서 유대인과 공산주의를 극도로 싫어한 편협한 사고도 가졌다. 독일의 재무장을 역설하고 이탈리아와 동맹을 맺어 프랑스와 동유럽, 소련과의 전쟁도 부추겼다.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략에 있다’며 자신의 침략전쟁을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그의 극우적 이념과 탐욕, 망상은 수많은 전쟁범죄와 인권침해의 힘이었다.

히틀러가 사망한 지 70년만에 ‘히틀러식 독재’가 지구촌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에 빗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 트럼프’라며 조롱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치식 경례를 한 일론 머스크를 두고 히틀러식 극우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과를 떠나 히틀러의 탄생은 ‘그에게 국가를 떠맡긴 국민의 책임이면서 히틀러를 제대로 알지 못한 국민의 어리석음이 만든 사필귀정’이다. 100년만에 소환된 히틀러와 나치는 혼돈의 21세기를 어떻게 바꿀까. 그들이 꿈꾸는 전체주의와 맹목적인 독재의 후폭풍이 눈에 선하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