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는 너무나도 비극적인 대형 참사다.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17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만으로 비상 착륙하려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를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현재까지 최초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지만, 참사를 키운 요인으로는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된다.
사고 원인 규명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애도 기간과 희생자 인도 등이 끝난 만큼,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복기가 필요해 보인다. 바로 언론 보도다. 참혹한 사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심정도 무거우리라 생각되지만 대형 참사 취재·보도에 신중을 기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항공 사고 직후 언론에서 쏟아져 나온 보도들은 ‘속보 경쟁’에 매몰되면서 또다시 희생자와 유가족에겐 상처를,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사고 직후 여객기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이 담긴 제보 영상이 여과 없이 노출됐고, 여객기 탑승객 실명 등이 담긴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구조자 수를 잘못 표기하거나, 희생자의 이름과 사연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노출된 내용도 검증 안 된 허위사실이었다.
과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에서 언론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보도, 선정적인 제목, 지나친 취재 경쟁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라는 말이 당연하듯 사용된다. 그만큼 언론의 신뢰가 바닥에 추락했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죽음과 불행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하는 보도가 과연 ‘객관적 보도’였을까. 사실 보도 경쟁에서 누군가의 특종은 나머지 대다수의 기자들에게 ‘낙종’의 멍에를 지게 한다. 이런 이유로 취재 경쟁은 당연할지라도 죽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참사 현장에서만큼은 보도준칙을 지향하는 취재가 이뤄져야 한다.
희생자의 신원이 모두 파악될 즈음, 무안공항의 현장 취재를 지휘하던 한 편집국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일선 기자들에게 “낙종해도 좋으니 유족들을 절대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취재하라”는 엄중한 지시였다. 대형 참사에 언론이 임하는 자세가 바로 ‘낙종할 용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