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넥타이와 브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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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넥타이와 브로치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4. 12.22(일) 17:47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패션은 ‘상징’이다. 대중에 호소해야 하는 정치인에게는 ‘시그널’이다. 탈당과 입당, 연합과 결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표적 ‘패션정치’ 아이템이 남성은 넥타이, 여성은 브로치다. 남성 정치인에게 넥타이는 소신과 소속감, 지향성, 변화를 보여주는 정치 도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유별나게 붉은색에 집착한다. 별명도 ‘레드 준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넥타이 정치로 유명하다. 그의 보좌관이 쓴 책 제목이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다. 다음날 일정에 맞춰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넥타이를 맸다. 넥타이는 대화와 협치의 ‘정치적 화법’이기도 하다. 상대 당의 상징색을 골라 대화의 장을 만든다. 지난 2022년 3월 대선 후보 초청 TV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같은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얼마 뒤 둘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여성 정치인은 브로치를 착용해 이미지를 만든다.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나비나 꽃 모양 등의 브로치를 달아 품위를 높이는 동시에 강인하고 성공적인 여성 리더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미국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브로치 외교’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이라크인들이 자신을 “독사”라고 비난하자, 뱀 모양 브로치를 달고 대중 앞에 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햇살 모양 브로치로 햇볕 정책을 지지했다. 핸드백을 ‘정치적 함의’로 활용했던 여성은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다. 재임 11년간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순간마다 사각형 모양의 검정 가죽 핸드백을 가져왔다. 이 가방을 회의 책상에 올려놓고 각료들을 몰아붙이는 모습(핸드배깅)을 자주 보였다.

대통령탄핵 국면에서 두 정치인의 넥타이가 화제가 됐다. 탄핵안 표결일인 지난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우 의장은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6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용비어천가’가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했다. 지난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서 맸던 넥타이다. 한 측근은 “초심, 변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변화무쌍한 정치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속마음을 엿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이 착용하는 넥타이와 브로치를 눈여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