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문화도시’ 진도의 가을밤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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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아리랑, ‘문화도시’ 진도의 가을밤 뜨겁게 달궜다
●'코드 아리랑, 만개 아리랑' 공연
진도군·전남도 주최·전남일보 주관
지역 명창·퓨전 밴드 등 무대 올라
"현대적 재해석 통한 가능성 확인"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 기대감
  • 입력 : 2024. 10.27(일) 18:10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송소희·오단해 국악인과 두번째달, 진도여성합창단, 진도 어린이들이 지난 25일 향토문화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진도군·전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으로 열린 ‘Code 코드 아리랑, 滿開 만개 아리랑’ 공연에서 내나라 대한을 합창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진도 강송대 명창과 남도잡가보존회 등이 지난 25일 향토문화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진도군·전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으로 열린 ‘Code 코드 아리랑, 滿開 만개 아리랑’ 공연에서 관객들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진도아리랑’이 전통과 현대를 어우르고 미래로 나아간다. 과거 한국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했던 ‘아리랑’이, 본고장 진도 무대를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진도군·전남도가 주최하고 전남일보가 주관한 ‘코드 아리랑, 만개 아리랑’ 공연이 지난 25일 진도군 향토문화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민속 문화의 섬 진도 미래비전 선포식’을 기념해 기획된 특별프로그램으로 아리랑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공연은 진도 출신 이윤선 민속학자가 해설을, 오단해 소리꾼과 프랑스 출신의 마포로르 소리꾼이 사회를 맡아 △1부 원형의 아리랑, 민속의 아리랑 △2부 모던·크로스오버·퓨전 아리랑 △3부 포스트모던·다원예술 아리랑 순으로 진행됐다.

첫 무대로 주요 3대 아리랑 지역인 진도·밀양·정선의 원로명인과 명창들이 무대에 올라 소리의 뿌리를 짚었다. 이들의 힘 있는 울림은 민족의 한을 되짚었고 동시에 스크린에 상영된 복원 영상은 아리랑이 걸어온 길을 조명했다. 이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2주년을 기념하는 창작공연 ‘아리아라리’의 하이라이트 갈라쇼가 펼쳐지며 1부의 끝을 장식했다.

오단해 국악인과 크로스오버 퓨전 밴드 두번째달이 지난 25일 향토문화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진도군·전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으로 열린 ‘Code 코드 아리랑, 滿開 만개 아리랑’ 공연에서 모던·크로스오버·퓨전 아리랑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이어진 2부에서는 주제에 맞게 아리랑의 현대적 재해석과 국악인들의 새로운 감정이 깃든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국악천재 송소희 아티스트와 오단해 국악인이 크로스오버 퓨전 밴드 ‘두번째달’과 협연해 무대에 올라 각각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 ‘산아지타령’과 ‘백년의 아리랑’을 부르며 가을의 정취가 흐르는 예향 진도의 밤을 아리랑의 혼으로 물들였다.

또 창작음악집단 국악아이돌그룹 ‘소리꽃 가객단’이 ‘이야리랑’, ‘해야아리’ 등을 선보이며 국악의 소리와 현대적 안무를 결합한 아리랑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고, 1997년 창단한 진도여성합창단과 진도의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송소희 아티스트의 창작곡인 ‘내나라 대한’을 다 함께 노래하며 국악의 원형과 현대 그리고 미래를 잇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냈다.

마지막 3부에서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된 ‘변화무쌍 아리랑’이 대미를 장식했다. 그룹 ‘유희’, 비보이 ‘MB크루’ 모듈러신스 아티스트 임용주 등이 재기발랄한 융복합 창작국악무대를 펼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유도해 냈다.

이번 ‘코드아리랑 만개아리랑’ 행사를 기획한 엄기숙 총괄감독은 “아리랑은 한국인의 정체성, 감성, 혼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며 “아리랑의 내재성, 실재를 가늠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는 게 기획 의도였다”고 밝혔다.

엄 총괄감독은 이어 “아리랑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일종의 가공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도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친절한 기획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기획 기간과 함께 문화예술가, 기획자, 정책과 행정, 경영과 홍보 등 전 분야에서 치밀한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악 아이돌 소리꽃 가객단이 지난 25일 향토문화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진도군·전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으로 열린 ‘Code 코드 아리랑, 滿開 만개 아리랑’ 공연에서 이야리랑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공연 무대에 선 국악인들도 아리랑이 재창작되는 과정에서 발휘될 수 있는 확장성과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악아이돌그룹 소리꽃가객에서 올해 초부터 활동을 시작해 막내 소리꾼을 담당하는 마혜지(24)씨와 박지수(24)씨는 국악의 소리와 현대적 춤을 융합한 팀에 매력을 느껴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씨는 “평소 진도아리랑 민요를 많이 공연하는데 본고장을 찾아 의미가 깊고 새롭다”며 “준비 과정에서 원곡을 어떻게 편곡해야 하는지 고민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 만들어지고 난 뒤 느끼는 성취감은 매우 컸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공연은 아리랑에 대한 다양한 재해석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다. 아리랑이라는 무궁한 재료를 가지고 끊임없는 확장과 융합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진도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돼 오는 12월 최종 지정을 앞두고 있다. 문화도시 추진의 핵심 중 하나인 ‘진도아리랑’을 통해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문화도시 지정은 문화 자산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진도아리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연과 축제를 기획해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해 현대적 미디어 아트,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시켜 국내외 관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는 문체부로부터 3년간 최대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 기반 시설과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