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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김영집>대화와 평화
김영집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 입력 : 2024. 10.09(수) 17:41
김영집 원장
언론인이면서 사상가였던 리영희 선생님의 마지막 저서의 제목이 ‘대화’였다. 700여 페이지 분량의 대작을 임헌영 평론가와의 대화 내용으로 담았다.

자서전 혹은 회고록은 대개 일인칭으로 서술하는데 대화 형식으로 한 것은 ‘개인사적 사실 내용과 삶의 방식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질문자와의 비판적 토론의 방법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이영희 선생은 말했다. 역시 최고 지성인의 비범한 생각이었다.

‘대화가 필요해’라는 노래가 있다. 어느 대중가수가 작사 작곡을 하고 더 자두가 부른 노래인데 연애를 하는 중에 생긴 서로의 오해의 심정을 잘 담은 가사가 감칠 나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다. 대화가 필요해는 개그, 프로그램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필자도 전남일보에 장기연재를 했던 ‘고전담론’을 고전의 인물들과 시대를 초월해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서술 한 것도 고전을 현대인의 생각에 가깝게 소개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에 ‘대화하는 교육공동체’라는 것이 있다. 교육사상가 그룬트비는 국력이 약해지는 시기에 나라와 민족을 살릴 수 있는 길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모국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교육을 만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교사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폴케호이스콜레라는 자유학교의 교육은 말과 대화, 토론이 중심이다. 이 교육운동은 덴마크를 창의와 평화가 있는 행복사회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아마 광장에서 대화를 통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 이후 대화는 역사상 가장 큰 화두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더 나아가 가정과 직장의 삶에서도 끔찍하리만치 대화가 단절된 시대를 살고 있다.

세대의 격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면 대화가 불가능하고 스마트폰 대화마저 축약된 언어, 이모지 등으로 서로 알기 어려운 신호로 소통되고 있다. 가족들과 직장인들도 만나서 대화하기보다 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방식이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사람의 의사전달을 굴절시키고 왜곡시키기도 한다. 세대차가 크면 대화가 아니라 암호가 되기조차 한다.

의료대란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정책으로 만들어 밀어붙이기 전에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독선의 결과는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갔다.

광주 군·민간공항 통합이전 문제도 대화가 개방되어야 한다. 대화를 닫고 회피하기보다 대화하면서 부족한 점이나 가부여부조차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주 일어나는 노사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도 대화를 거부한 전쟁범죄다.

최근 한 정치인이 광주 평화토론회에서 이제 남북은 통일이 아니라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고 평화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발표해 논란이다. 문제를 진지한 토론으로 제기하기보다 선언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은 옳은 것이 아니다.

대화는 비판적 토론과정으로 대화의 기술도 알아야 한다. 대화하는 공동체야말로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