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도 물가 걱정… 채소·가공식품 ‘줄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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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추석 지나도 물가 걱정… 채소·가공식품 ‘줄인상’
이상기후에 시금치 등 가격상승
배추가격 폭등에 김장물가 ‘비상’
카레·햇반·김치 등 식료품도 인상
자영업자 “소비 위축에 영업부진”
  • 입력 : 2024. 09.23(월) 18:11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지난여름 치솟기 시작한 농산물 가격이 추석 연휴가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한 대형마트 채소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는 모습.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지난 여름 치솟기 시작한 농산물 가격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채소 가격은 소폭 하락했지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정부와 유통사의 추석 할인 지원도 종료돼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배추·무 등 가격이 꺾이지 않을 경우 김장 물가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인해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광주지역 배추 1포기 가격은 8660원을 기록했다. 이는 7133원이었던 지난달보다 21.41%, 6193원이었던 지난해보다 39.84% 높은 수치다. 추석 연휴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7923원과 비교하면 9.30% 상승했다.

지난 20일 기준 열무 1㎏ 가격은 6307원으로 연휴 전인 지난 13일 5307원보다 18.84% 올랐다. 이는 전월(4973원) 대비 26.82%, 전년(3760원) 대비 67.74% 오른 수치이며, 평년(3509)과 비교하면 무려 79.74% 상승했다.

올여름 전년 대비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했던 시금치와 무 가격은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평년 대비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탓에 체감 물가는 여전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기준 광주지역 무 1개 가격은 4495원으로, 5000원이었던 명절 전과 비교하면 10.1%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전월(3868) 대비 16.21%, 전년(2350원) 대비 91.28% 상승한 수치다. 시금치도 같은날 기준 100g에 4277원으로 5060원이었던 지난 11일과 비교하면 15.47% 하락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년(1803)과 비교하면 137.22%, 평년(1532)과 비교하면 179.18% 올랐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최근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며 서민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달 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최대 15% 올렸다. 순후추(50g)는 4845원에서 5560원으로 15% 올랐고 토마토케찹(300g)은 1980원에서 2100원으로 6% 인상됐다. 지난 1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3분카레, 3분 쇠고기카레·짜장 가격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올랐다. ‘CJ제일제당’은 냉장 가정간편식(HMR) ‘햇반컵반’ 제품 중 4종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상향했다. 흰쌀 햇반을 현미 햇반으로 바꾸면서 편의점 판매가를 4800원으로 600원(14%) 올렸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품업체가 유제품·음료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포장김치 가격도 올랐다. ‘대상’은 지난 1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종가 맛김치 가격을 6.7~12.3% 올렸다. 종가 맛김치 50g은 기존 1000원에서 1100원(10%)으로 올랐다. 맛김치 80g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6.7%), 맛김치 900g은 1만3000원에서 1만4600원(12.3%)으로 비싸졌다.

주부 박모(56)씨는 “명절 연휴를 마치고 김장 전 반찬가게에서 김치를 소량 구매해 두려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봄에는 5000원가량에 판매했던 동일한 양의 배추김치를 구매하려면 1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등 반찬가게에서 판매하는 김치 가격이 두세배 올랐기 때문이다”며 “결국 마트에서 오이와 부추를 구매해 배추김치 대신 직접 오이김치를 담고 온라인쇼핑몰에서 ‘포장김치’를 구매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이어 “당분간 직접 만들거나 반찬가게에서 판매하는 배추김치를 맛보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곧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배추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배추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은 물론 식품 구매에 대한 부담이 예년보다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 금호동에서 반찬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원래 이맘때면 배추 가격이 비싸져 식자재비 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을 선택하게 된다. 반찬을 사러 왔다가 ‘너무 비싸다’며 그냥 돌아가는 손님도 있고 배추김치 대신 부추김치 등을 사가는 손님도 많다”며 “명절 직후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어 안 그래도 매출이 좋지 않은데, 반찬 가격이 인상되면서 영업부진이 심각해진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채소류 가격 상승이 명절을 맞아 진행한 정부 지원 할인행사가 종료된 요인도 있다고 보고 배추의 경우 오는 10월2일까지 최대 40% 할인을 지원하는 등 체감물가 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