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노재팬’…길거리 파고든 일본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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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자취 감춘 ‘노재팬’…길거리 파고든 일본어 간판
한글 병기 안된 메뉴판·가격표도
이용객, 생소한 단어 불편함 호소
광주 동구 ‘우리글 함께쓰기’ 추진
  • 입력 : 2024. 08.13(화) 18:33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지난 12일 광주 광산구 쌍암동 한 건물 입구에 일본 신사의 문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정상아 기자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른바 ‘노재팬’ 분위기가 사그라지면서 광주 도심 곳곳에는 일본어로 된 간판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특히 한글이 병기돼 있지 않거나 메뉴판과 가격표까지 일본어로 표기된 매장도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돼 3~4년 전까지 유행하던 ‘노재팬’현상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일본 현지풍 가게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심지어 광주 광산구 쌍암동 시리단길의 한 건물에는 일본 신사(神社) 입구의 기둥문인 ‘도리이’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세워지기도 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일본어 간판에 시민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최근 광주 광산구 쌍암동의 한 주점을 찾았다는 대학생 김선아(22)씨는 “친구들이 주소를 보내줬는데 간판이 일본어로 돼 있어서 매장 근처에 도착해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 길을 못 찾아 친구의 도움으로 매장에 들어갔다”며 “일본 분위기로 꾸며 놓은 건 좋지만 간판 한쪽에 작게라도 한글로 매장명을 표기해 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강모(28)씨는 “일본 음식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일본어 간판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간판은 그렇다 쳐도 메뉴판이랑 가격표까지 일본어로 표기된 곳도 있다.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고 비판했다.

13일 오후 찾은 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 음식점, 카페, 주점 등이 있는 거리 곳곳에는 일본어 간판이 줄지어 있었다.

눈에 익은 간단한 일본어 단어는 쉽게 해석할 수 있었으나 생소한 일본어가 쓰인 경우에는 어떤 업종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업주들은 일본어 간판이 전문성을 강조하고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돕는다고 전한다.

동명동에서 이자카야(선술집)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일본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자주 찾는다”며 “요즘에는 매장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손님들이 많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간판을 변경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외국어 사용 간판은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한다. 여기서 특별한 사유란 상표법에 따라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한 경우로 상표가 일본어인 경우 간판에 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관련 법령에 처벌 조항이 없어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광주 동구 동명동 일원에 게시돼 있는 광주 동구 간판개선사업 홍보물. 정상아 기자
이에 지자체는 자체적인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광주 동구는 오는 23일까지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과 동명동 카페의 거리 일원에서 ‘외국어 간판 우리글 함께쓰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는 지난해 10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10건이다”며 “간판개선사업을 통해 업주분들에게 한글 병기 조치를 부탁 중인데 영어 간판보다 일본어 간판을 사용하는 가게의 참여율이 더 저조한 편이다. 한글 간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마련한 사업인 만큼 업주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