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승현>정부지원 훈련 활용, 외국인력 직무능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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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승현>정부지원 훈련 활용, 외국인력 직무능력 키운다
한승현 송운산업 대표
  • 입력 : 2024. 07.23(화) 17:50
한승현 송운산업 대표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쇠와 쇠를 이어 붙이고, 쇠가 녹슬지 않게 색을 칠하는 현장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높은 곳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고 밀폐된 탱크 속 용접 불꽃과 싸우는 전쟁터이자 일터가 조선소 현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업계 전체 인력의 16%인 1만5500명이 외국인이다. 우리 기업이 있는 영암군은 외국인 인력이 전체 인구의 18.4%에 해당하는 1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조선업 및 관련 업체에서 일한다.

이제는 외국인근로자를 저렴한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외국인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과 ‘공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근로자가 조선업 유지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인식하고 이에 맞는 현장 인적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현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생산기량을 따지기도 전에 안전확보가 되지 않아 결국 기업 생존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외국인근로자로 인한 시급한 인력난은 해소됐지만 외국인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은 안전과 생산성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기업은 현장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인력공단의 HR닥터(능력개발전담주치의)를 통해 공단에서 제공하는 조선업 외국인근로자 특화 기업훈련패키지에 참여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조선현장에서 쓰는 현장용어를 익히고, 이를 활용한 내국인 소장이나 관리자와의 의사소통을 역할극으로 실행해 보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이게 실효성이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교육에 임하는 외국인근로자의 태도를 보고 사뭇 놀랐다.

억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이제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어눌한 한국어로 질문하고 용어를 익히는 정도가 아닌 현장설치 도면독해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하는 정도였으니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힘들다고 하는 현장책임자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렇게 4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공단에서 열린 ‘빛나는 순간, 우리의 성장’이란 훈련사진공모전에 참여한 우리 기업 근로자 중에서 입상자가 나왔다.

입상자는 우리 기업에서 3~4개월 남짓 근무한 네팔 근로자였다. 그는 작품을 제출하며 “현장에서 일하다 궁금한 게 있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교육을 통해 궁금증이 해소됐다”며 작품제출 이유를 적어둔 것이다.

다른 근로자는 “현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것을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알았고, 반장님이 왜 답답한지. 나도 왜 답답한지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하며 훈련사진을 제출했다.

그간 현장에서 소통되지 않아 답답하고 좀처럼 향상되지 않던 현장문제의 열쇠가 바로 교육에 있었다.

결국 외국인근로자들이 조선업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갖춰 숙련도를 높이고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와 환경을 일시에 갖추기엔 조선소내 협력기업은 원청 생산공기에 맞게 인력을 운영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정작 현장문제해결을 위한 교육훈련에 미루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거창한 교육투자를 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어느 곳에서나 인력공단 HR닥터를 찾으면 된다. 현장에 맞는 내 기업에 걸맞은 훈련은 기업 성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중소 협력기업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기업직업훈련의 시작이 중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