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만원임대주택 전경. 화순군 제공 |
급작스러운 입주 연기 통보에 입주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화순군의 공사 진행 과정 점검 및 대책 마련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순군은 지역에 소재한 66㎡(20평)형 임대아파트를 선임대해 무주택인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월 1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재임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호응을 얻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모델 삼아 비슷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화순군은 사업 첫해인 지난해 100가구 추첨에 이어 올해 4월에도 추첨을 통해 청년 50가구, 신혼부부 50가구 총 100가구를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에 당첨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100세대는 당초 이달 3일~9일 사이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순 실질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주를 앞두고 이사를 준비하던 만원 임대주택 당첨자들은 지난달 28일 화순군으로부터 급작스러운 계약 일정 변경 안내 문자를 통보받았다.
문자에는 ‘아파트 내부 리모델링 관련 협의로 인해 만원 임대주택 계약 체결 일정이 부득이하게 변경됐다’며 ‘입주 일정도 9월 이후(미정) 연기됨을 안내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입주 일정 연기는 화순군과 부영주택 간 내부 리모델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정됐다.
부영주택 측은 당첨 세대당 800만 원을 투입해 도배·장판, 싱크대 교체 등 내부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인건비와 건설 자재비 인상 여파, 건설업계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리모델링 여부에 대한 확답을 미뤘다.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논란이 일자 결국 화순군과 부영주택은 지난달 30일 기존처럼 내부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것으로 협의했지만 입주 연기는 불가피했다. 화순군은 입주일을 기존 7월 중순에서 한 달가량 늦어진 8월 중순으로 확정했다.
이에 화순군은 당첨자들에게 ‘8월 16일 이후 입주’, ‘리모델링이 앞서 완료된 세대로의 긴급 입주’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당첨자들은 1세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가 8월 중순 입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첨자들은 선 입주 이후 기존에 당첨된 만원 임대주택으로 재입주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입주예정자들은 화순군의 점검과 대안 마련이 미흡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당첨자는 전세 계약 해지와 이삿짐센터 예약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연기 통보를 받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입주를 앞두고 연기 통보를 받아 당혹스럽고 화가 났다”며 “화순군에 문의 결과 당첨자들에게 연기 문자를 보내기 직전 부영측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하더라. 그전까지 화순군 측에서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한 확인이 부족했다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집주인과 이삿짐센터에 양해를 구해 8월16일 이후에 입주하기로 했다”며 “리모델링 이후 입주자 모두 스스로 대책을 구했을 뿐 군 차원에서 도와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의 말조차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구복규 화순군수는 추첨 당시 부영에서 못하면 군에서 아파트를 새로 지어서라도 청년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고 공수표를 날리기도 했다”며 “화순군은 2026년까지 400채의 만원 임대주택 지원 계획을 밝혔는데 이렇게 운영돼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30가구를 공급한 나주시의 ‘청년 0원 임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주시는 올해 70가구 공급 예정이었지만 건설 원자재비 상승으로 내부 수리 작업이 늦어지면서 기존 입주 예정일보다 몇 달 늦어져 올 하반기 입주가 예상된다.
이처럼 지방소멸 대책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저비용 주택 공급정책이 최근 건설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사업의 지속 가능 여부가 우려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호만 앞세운 정책보다는 현실적인 주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수 한국산업교육원 광주지부장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 및 입주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대비해 지자체의 정책적인 대비책이 마련되고 철저한 합의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인구 소멸 대응으로 여러 지방 소도시에서 임대주택 사업 등 청년 주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한계가 명확하다. ‘XX 임대주택’ 등 구호만 앞세운 정책보다는 지속 가능한 지역 정주 여건을 갖추고 현실적인 주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아 ·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