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상급병원 집단 휴진에 환자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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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광주·전남 상급병원 집단 휴진에 환자 불안감 증폭
전남대·조선대병원 의료 일부 중단
일방적 통보에 환자들 불편 가중
1·2차 병원, 상급병원 공백 ‘난감’
  • 입력 : 2024. 06.18(화) 18:22
  • 김은지 ·윤준명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학교 병원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준명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 관련 전국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선 18일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의 집단 휴진 동참이 현실화됐다.

광주·전남 권역 상급병원인 두 병원에서 상당수의 교수진이 진료를 중단하자 환자들은 물론, 의·병원 등 지역 내 1, 2차 병원 의료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전남 권역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는 이날 외래 진료 예정이었던 교수진 87명 중 26명(29.8%)이 휴진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대병원에서도 당초 진료 예약 일정을 재조정한 진료과 3곳을 중심으로 교수 24명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두 대학병원 모두 응급실, 중환자실, 신장투석실 등 필수 의료 기능은 큰 차질 없이 운영됐지만, 예약됐던 진료가 밀리거나 2차 병원 등에서 신규로 옮겨진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상급병원, 의료진도 환자도 ‘한산’

“오늘은 진료를 받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환자들을 두고 병원을 떠나면 아픈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날 호흡기 질환으로 조선대 병원을 찾은 오세학(68)씨는 “예약 날짜가 바뀌지 않아 다행히 오늘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다만 의사 휴진 사태가 장기화되면 앞으로의 진료에 차질이 생길 텐데, 그럴 때마다 아픈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하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선대 병원의 외래 진료를 계획했던 교수 62명 중 38%인 24명이 오전 진료를 중단했다. 이들 중 절반인 12명은 오후 진료에는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가 휴진한 환자들의 경우 외래진료 예약 날짜를 미리 변경해 통보하면서 병원은 평소보다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사태의 장기화와 추후 휴진 규모가 커질 시 생길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인의 응급실 입원으로 고흥에서 광주를 찾았다는 한 시민은 “광주와 같은 광역도시보다 의료체계가 부족한 지역 소도시의 경우 그 타격이 클 것“이라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의료대란의 피해는 환자와 국민이 온전히 껴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방적 휴진 통보, 환자 불안 커져

이날 광주 내 한 상급병원 신경외과 내원을 앞두고 있던 김모(62)씨는 내원을 나흘 앞두고 진료 연기를 통보받았다.

김씨는 “60살 넘게 먹은 환자에게 문자로 일방적 통보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내원을 위해 미리 일정까지 다 빼둔 상황이었는데 병원도 못 가고 업무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약이 다 떨어져서 처방도 받아야 하는데 다음 외래 진료일까지 약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연기 통보와 함께 진료 일자 변경에 대한 전달을 받았지만, 상급 병원의 경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 예약 일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공의 집단 파업으로 이미 상당수 환자의 진료·수술 일정이 연기된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일방적 진료일 변경 통보를 접한 환자들은 의료 파업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외래를 위해 보성에서 올라오려면 이동시간만 왕복 4시간을 잡고 올라와야 하는데 날짜를 잡기가 여간 쉽지않다”며 “아무리 본인들 밥그릇이 중요하다지만 환자 목숨을 걸고 파업을 하는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위해 이동 중이다. 윤준명 기자
●1·2차 병원, 상급병원 공백에 ‘난감’

상급병원의 휴업 동참에 광주·전남 권역 1, 2차 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상급병원의 휴진과 전공의 및 교수들의 단체행동으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급병원에서 진료해야 할 중증 환자들까지 외래에 차질이 생기자 해당 환자들에 대한 진료 및 치료까지 도맡은 상황이다.

광주 내 중형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최모(36)씨는 “전공의 파업 이후부터 경증환자부터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 환자들까지 2차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며 “의협에서는 2차 병원 의사들도 파업에 동참해 주길 권유했지만, 현재 의료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우리까지 휴진을 하게 되면 환자들은 정말 갈 곳을 잃게 된다.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2차 병원은 대부분 봉직의여서 생계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휴진이 어렵기도 하다”고 했다.

전남 지역 2차병원의 고심도 깊다. 응급환자의 경우 수도권 ‘빅5병원’이나 전남대·조선대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이날 모든 상급병원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해 환자 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광군 소재 한 종합병원 이모(58) 간호부장은 “간호사 생활 30년간 이런 대규모 휴진 사태는 처음이다. 3차병원에 의존하는 지역 병원들은 몹시 난감한 상황”이라며 “의료 취약지의 경우 장비 등 규모 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응급 상황들이 많다. 골든타임을 위해 1초라도 빨리 상급병원에 보내야 하는데, 갈수있는 곳이 없다 보니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부장은 이어 “정부와 의료계가 갈수록 강 대 강 대치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오늘 하루만 휴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지역 대 학 병원들 마저 문 닫는다면 전남권 의료 인프라는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집단휴진에 돌입한 의협을 향해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집단 휴진을 주도한 의협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며,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임원 변경과 해체까지도 가능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은지 ·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