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찾은 광주 서구 ‘따뜻한 밥상’에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저렴한 가격에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해뜨는 식당’은 1000원의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박찬 기자 |
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착한가격업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찾은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 손님들이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손님들이 가득 차 가게 안은 금세 북적였다. 자리는 순식간에 만석이 됐고, 밥을 먹기 위해 합석을 마다치 않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이날 제공된 음식은 흑미밥과 시래기 된장국, LA갈비, 무채 무침, 오이김치 등으로 1000원의 가격으론 어디에서도 제공받기 어려운 반찬 구성이었다.
식당을 찾은 박관순(70)씨는 “혼자 살아서 직접 요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단돈 1000원으로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며 “대인시장 인근에 사는 어르신분들에겐 편하고 고마운 장소다”고 웃음 지었다.
인근 주민 양문숙(77)씨는 “선한 취지 덕분에 돈 없고 어려운 사람들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물가임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사장님에게 감사하다. 이런 착한가격 업소들이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광주시나 지자체에서도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해뜨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김윤경(52)씨는 어머니였던 고(故) 김선자씨가 지난 2015년 3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대를 이어 형편이 어려운 소외 이웃을 돕기 위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고 김선자씨가 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해뜨는 식당’은 그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에도 줄곧 한 끼 가격을 1000원으로 유지해 왔다.
김씨는 “당연히 적자지만 상인과 시민들의 후원 덕에 운영이 가능하다”며 “고기, 야채, 쌀 등 대부분 식자재는 모두 인근 상인과 시민들이 지원해 준다. 일부 상인은 설거지를 매일 무료로 돕는 등 나를 포함해 직원들은 몸으로 봉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동구 공직자 500여명은 매달 월급에서 1000원씩 모아 이곳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후원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후원은 줄고 손님은 더 많아진다”며 “부담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내 주셔서 더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오후 찾은 광주 서구의 ‘따뜻한 밥상’에도 젊은 청년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어서다.
이곳에서 단품으로 판매되는 김치찌개에는 김치, 돼지고기, 햄, 떡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착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이곳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하루 평균 5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양동시장 상인 김달수(56)씨는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이다 보니 자주 온다”며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3000원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혼자 살다 보니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기에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곳은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3000원이라고 해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먹지 않았을 텐데 푸짐하고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어서 좋다.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 서구 ‘따뜻한 밥상’의 3000원 김치찌개. 정상아 기자 |
이곳 역시 후원과 봉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정 원장의 도움으로 상가 임대료 부담은 줄었지만, 재료값이 폭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김 목사는 “운영을 시작하고부터 쭉 적자 상황이다. 부족한 비용은 후원금이나 병원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주재료의 가격이 올랐지만 김치찌개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 청년부터 직장인, 노인까지 따뜻한 점심 한끼를 먹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상아·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