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이서면 보건지소는 26일 보건소 입구에 공중보건의 화순전남대병원 파견으로 진료일을 축소한다는 안내문을 내붙였다. 나건호 기자 |
지역으로 배치되는 공중보건의 숫자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차출까지 가속화되자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에 배치돼 운용되는 공보의 숫자는 267명으로 5년 전인 지난 2019년 335명에서 20%나 줄어들었다. 전남지역 공보의 배치숫자는 2020년 331명, 2021년 327명, 2022년 303명, 2023년 267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는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진료 차질을 해소 방침에 따라 지난 11일 23명에 이어 전날 22명의 공보의를 추가로 파견했다. 전남에서만 2주새 45명의 공보의가 줄어든 것으로, 비율로 따지면 16.8%다.
전남은 전국에 배치된 공보의의 19.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인한 파견 인력 역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이 45명, 경북 44명, 경남 32명, 강원·충남에서 각각 27명 등이 차출됐다.
시·군별로는 담양·화순·고흥이 각 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남 4명, 나주·구례·보성·강진·완도 각 3명, 순천·장흥·함평·신안 각 2명, 영암·무안·영광 각 1명씩 차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담양의 경우 배치된 공보의의 50%(10명 중 5명), 화순은 42%(12명 중 5명)가 줄어든 셈이어서 남아있는 공보의 및 보건지소 관계자들의 진료 부담이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료공백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공보의 차출로 인해 지역 내 고령의 농어촌 주민들은 대면 진료는 물론, 약 처방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남도는 의료 차질을 막기 위해 도서지역이나 오지, 벽지 등 의료취약지의 보건소나 지소에서는 공보의를 차출하지 않고, 공석이 된 보건기관에 대해 순회진료 등을 추가로 시행하고 있지만, 추가 파견이 이뤄지면 지역 내 기초 진료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 순회진료를 진행하고 있던 보건지소는 44곳, 공보의 파견으로 순회진료를 진행하는 보건지소는 35곳으로, 전체 보건지소(217곳) 5~6곳당 한 곳꼴로 비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내달 초 복무가 만료되는 전남의 공보의까지 62개 기관, 63명에 달해 공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2024년 공보의 신규 배치는 오는 4월11일로 예정돼 있는데, 매년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올해 인력 배분이 빠듯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보의가 이미 차출된 기관에서는 업무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아직 차출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 내 보건기관에도 불안감이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무안군 몽탄면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몽탄지소의 경우 한방, 치과까지 공보의가 3명인 곳으로 다른 보건지소보다는 인원이 많은 편이다”면서도 “최근 인근 보건지소에서 공보의 한 명이 서울로 파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도 사태가 지속되면 여기서도 공백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7일부터 의과 공보의에 대한 휴가 제한을 지시하고 정부에 △시니어 의사 활용을 위한 국비 지원 △취약지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응급의료기관 당직근무가 가능하도록 의료법 개정 △보건기관의 비대면 진료 허용 등을 건의했다.
문권옥 전남도 건강증진과장은 “공중보건의 파견과 복무만료로 진료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도민들께서는 보건기관을 방문할 경우 진료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며 “지역 내 기초의료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에 관련 보완책을 계속해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