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예술로 아카이브한 ‘남도, 전통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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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예술로 아카이브한 ‘남도, 전통의 풍경들’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전통, 잇다 가로지르다’
산수화·문자도·분청도예 기획
2차원의 도자 탐색한 ‘김두석’
남도 산천·마을 풍경 ‘김천일’
전라도 한 상 차려낸 ‘박수경’
  • 입력 : 2024. 03.14(목) 16:2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박수경 작 병어 한상+福 보자기.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제공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반영하는 ‘전통’. 전통은 동시대 어떻게 재현되는가.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은 전통을 재해석한 기획전시 ‘전통, 잇다 가로지르다’를 오는 5월5일까지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1부: 청년의 감성 △2부: 그림이 된 문자로 나눠 남도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풍경들을 예술적으로 아카이빙한다.

1부는 김두석, 김천일, 박정규 등 지역작가를 초대해 서남해안의 독특한 지형과 문화로부터 태동한 한국화와 도예작품을 들여다본다. 2부는 박수경, 손동현, 이진경, 홍인숙 작가를 초대해 문자적 요소와 그림적 요소가 어우러진 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준다.

김두석 작 시그널.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제공
도예가 김두석의 작업은 도자기라는 형태에 머물지 않는다. 도조·석조에서 평면으로, 3차원의 도자에서 2차원의 회화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든다. 다양하고 수많은 도자 조각을 하나하나씩 평면에 펼쳐내면서 독특한 회화적 감성을 구현한다. 그의 손을 거쳐 평면의 회화로 다시 태어난 도자기 조각들은 작가가 보내는 투박한 신호이자 고달픈 삶에 보내는 치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천일의 화폭에는 자신이 사는 남도의 아름다운 산천 풍경이 담긴다. 현장을 찾고 산을 오르며 작품의 대상을 세세히 관찰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마침내 본질에 다가서면 한 폭의 진경산수가 펼쳐진다. 산수는 그 옛날의 풍경일 수도 있고, 우리가 지금 사는 말을, 골목 등 현재 시대의 풍경일 수 있다.

박정규 작 달(배뫼의달).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제공
박정규는 무유소성 기법을 사용하여 무유 백자 달항아리를 제작한다. 가마 속에서 아주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소나무 재가 도자기 위에 내려앉아 고온에서 녹으면서 자연적으로 유리질화된다. 이러한 자연유를 입혀 탄생한 도자가 무유 달항아리다. 그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인 선을 추구한다. 달의 형태에는 둥근 보름달 등 자연이 선사하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운 곡선들이 자리한다. 37년이라는 도예 경력이 고스란히 담긴 도자에는 어떠한 자만심도 사치스러움도 없다. 묵묵히 지켜온 지역에 대한 애정,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도예에 대한 애착이 가득하다. 전통을 이어온 명장의 손에서 자연을 닮은 도자가 지금 여기 탄생한다.

박수경은 동양화의 먹과 한지로 남도의 먹거리와 문자를 결합한다. 박 작가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당시 지은 ‘자산어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전라도의 낙지와 생선들로 화면을 구성해 군침을 돌게 한다. 실제 목포에서 활동하며 남도의 생태, 문화, 환경 등 지역의 특색을 관찰해온 작가인 만큼, 작품에서 남도의 음식과 이 지역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한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손동현은 잡지의 전성시대라고도 불리는 90년대를 지나오며 다양한 음악, 영화 잡지를 통해 대중문화에 소재를 두며 작품을 발전시켜 왔다. 과거의 동양화에서 자주 쓰였던 ‘자연’이라는 전통 소재의 틀을 벗어나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 인간이 상상하고 만들어낸 인물에 관심을 가진다. 문자를 통해 새로운 인물화를 보여준다. 문자도에 오늘날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분야 속의 인물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자와 그림의 구별이 없이 문자가 곧 그림이 된다. 상형문자로 보이는 것들이 갑옷, 얼굴 등 형태를 만들어내며 신선함을 자아낸다.

이진경은 한국적인 것, 친숙한 것, 자연에서 얻는 소소한 삶의 모습들을 소재로 삼아 그림과 손글씨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장이나 거리에서 종이박스에 적힌 글씨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작업에서 멋 부리지 않는, 어쩌면 투박하고 소소한 그녀의 세계가 글씨체에서 드러난다.

홍인숙 작 한글자풍경_녕.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제공
홍인숙은 일상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일기의 형태로 작품을 제작한다. 그날의 기억과 생각이 적힌 비밀 일기처럼 그녀의 작품에서는 한글 단어와 꽃과 기와집, 인물 등이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억의 순정 만화에 나오는 인물의 모습, 어린아이의 글씨체 등에서 보이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그녀의 작품에서 우리는 동심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림으로 그린 문자를 읽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기도 하며 글과 이미지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된다.

전시는 오전 9시~오후 5시30분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