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슈기획>‘지역기반’ 맞춤형 교육…학교 경쟁력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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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전남일보]이슈기획>‘지역기반’ 맞춤형 교육…학교 경쟁력 ‘쑥쑥’
●폐교 위기 극복한 전남 학교
홍도분교, 학부모에 숙소·일자리
영광 묘량중앙초, 공동체 활용
‘작은학교’ 장점 활용 교육력↑
  • 입력 : 2024. 03.04(월) 18:30
  •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전남 일선 학교가 지역에 기반을 둔 로컬리즘을 바탕으로 학생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보성 겸백초등학교에서 실시한 ‘보성강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학생이 필드스코프로 새를 관찰하고 있다. 겸백초등학교 제공
#1.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40여분 걸리는 신안군 흑산면 홍도. 1949년 개교 이후 지난해 휴교될 위기에 처했던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는 올해 6명의 ‘귀한’ 전학생을 맞았다. 홍도분교가 되살아난데는 신안군의 공이 컸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홍도분교에 전·입학하는 학생 부모에게 숙소 제공과 함께 매월 320만원 상당의 수입을 벌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 총 4세대를 모집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180여건의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신안군은 올해부터 아동 1인당 연간 80만원의 햇빛아동수당도 지급한다.

#2. 지난 2009년 학생수 감소로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대상이었던 영광 묘량중앙초등학교는 현재 63명의 재학생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올해 신입생은 7명이다. 학교 정상화에는 같은 면에 위치한 농촌복지공동체 ‘여민동락’이 큰 몫을 했다. 이들은 학교발전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통학용 승합차를 마련하며 학생 수를 늘렸으며, 지난 2015년 학부모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깨움마을학교’를 만들어 현재까지 아이들의 교육, 돌봄을 포함해 노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교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두 학교 사례에서 지방소멸 극복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로컬리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역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각종 사업은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춘 정책보다는 평균적,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는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개성, 즉 로컬리즘의 상실을 촉진하며 결국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차 연구위원은 “신안의 사례는 군 주도 아래 금전적인 지원과 거주문제 해결로, 영광은 주민들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학생 수를 늘리는 등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모두 학교 살리기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서는 보육 여건 개선과 교육 기반 확충을 위한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 지역대학-지자체-기업 간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컬리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인구 유출 억제뿐만 아니라 정주·체류 인구 등 생활인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남도교육청과 전남 학교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 ‘농촌 유학 프로그램’ 등 로컬리즘을 바탕으로 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통·폐합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작은 학교의 교육력과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이 떠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도시에 있는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에 비해 학생 수가 적은만큼 개별 맞춤형 교육과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과 창의융합 능력이 강조되는 미래교육 패러다임에 작은 학교들이 오히려 적합하다는 것이다.

보성 겸백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8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6명의 유학생을 유치했으며, 직접 닭을 키워보는 ‘겸백농장’과 ‘보성강 프로젝트’ 등 탐조활동을 통해 11명의 아이들이 직접 관찰한 새들의 특성을 담은 ‘보성강탐사대 조류도감’을 발간하는 등 농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교육활동을 진행했다.

겸백초교 아이들과 함께 보성강 프로젝트를 진행한 명미희 교사는 “이번 활동이 아이들로 하여금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를 인식하며 자연의 소중함과 함께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적인 특색을 담은 지속적인 탐조활동과 더불어 지자체와 연계해 보성강 생태자료를 제작하는데 더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