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맨발걷기 열풍 지자체 '너도나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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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맨발걷기 열풍 지자체 '너도나도' 안돼
전남 맨발길 우후죽순 조성
  • 입력 : 2024. 02.22(목) 16:44
맨발걷기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남 곳곳에 맨발 걷기 길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전남도와 일부 시·군은 맨발 길을 활성화한다며 조례 제정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자칫 인기에 편승해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수시는 무려 도심 공원 39곳에 맨발 걷기 길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영광군은 지난해 4월 영광 물무산 맨발황톳길(2㎞)을 개장했고,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도 ‘어싱’길이 조성됐다. 지난해 봉래면사무소 정원을 맨발걷기 길로 조성한 고흥군은 예산을 편성해 오는 6월까지 맨발 산책로 시설 사업을 완료해가겠다는 계획이다. 화순군은 지난해 10월 동면행정복지센터 인근 복암선 구간에 맨발걷기 길을 조성했다. 맨발 걷기는 치매 예방과 기억력향상, 혈액순환과 고지혈증 개선, 고혈압과 당뇨 완화, 불면증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과 몸을 연결하는 ‘접지’ 행위만으로도 만성통증, 스트레스, 염증으로 인한 노화 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기초지자체들은 미디어 등을 통해 맨발 걷기의 건강 효능이 알려지면서부터 맨발길 조성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자칫 인기편승형 행정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기가 시들면 이용객이 줄 것이고 유지·보수 비용 등의 부담과 방치 문제로도 부각될 수 있다 과거 핑크몰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들이 관광지 곳곳에 식재했지만 생태 교란종으로 알려지면서 예산만 낭비한 사례로 꼽힌다. 몇 년 전 증강현실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각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증강현실을 이용한 관광 콘텐츠를 내놨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메타버스, 미디어파사드 등을 설치하는 사례도 많고, 중·장년층에서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장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 재정자립도까지 열악한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에 선심성 예산남용은 사라져야 한다. “만약 내 돈이었으면 저렇게 할까.”라는 인식을 갖고 예산을 집행하는 게 지자체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