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광주 서구 한 건설기초교육장에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듣고 있다. 정상아 기자 |
지난 10일 영암 대불산단 조선소에서 노동자가 용접 준비를 하던 중 떨어져 크게 다쳤다. 영암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께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한 조선소에서 40대 작업자 A씨가 1.5m 아래로 추락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지난해 12월 무안군 한 공사장에서도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무안군 일로읍의 제설자재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자 B(69)씨가 2.2m 높이 구조물 위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같은 산업재해는 대부분 작업자의 부주의로 발생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교육 등을 통한 안전불감증 해소가 필요한데, 정작 안전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져 개선을 요구받는 실정이다.
실제 본보 기자가 상황점검을 위해 교육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16일 찾은 광주 서구 한 건설기초교육장에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취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은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교육으로, 4시간에 걸쳐 교육을 들으면 이수증이 즉시 발급된다.
이수증은 별도의 시험이나 규정 없이 발급된다.한번 발급하면 갱신·재교육도 필요 없기 때문에 교육을 집중해서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자가 4시간 교육을 받은 후 발급 받은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정상아 기자 |
오전 9시에 시작된 수업은 △건설공사 종류와 시공 절차(1시간) △산업재해 유형별 위험요인과 안전 보건 조치(2시간) △산업 안전보건 관련 근로자의 권리 의무와 안전보건관리체제 현황(1시간)으로 진행됐다.
강사는 “건설업은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고위험 업종으로 매년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떨어짐이 사망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전문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기본적인 건설안전보건지식 4시간의 교육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4시간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부족해 준비된 교육을 다 마치지 못하고 넘어가거나 영상 자료는 절반 이상을 시청하지 못한 채 끊겼다.
맨 앞자리에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안전 장비가 놓여 있었지만 자세한 설명도, 장비를 직접 착용해보는 시간도 없어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함께 교육을 들은 20대 이모씨는 “처음에는 4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도 하고 장비를 직접 착용할 시간도 마련되지 않아서 아쉽다”며 “오늘 들은 교육만으로는 실제 건설 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의 교육만으로는 처음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들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강사 최모(58)씨는 “비교적 규모가 큰 건설 현장일수록 산업체에서 추가 교육을 실시하거나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자세하게 알려주지만 소규모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 교육이 부족하다”며 “소규모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상 전국 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조직국장은 “작업여건 자체가 위험하기에 기초 교육을 듣는다고 해도 숙달되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에 투입됐을 때 안전성 여부를 파악하고 대처하기는 어려운 구조다”며 “안전교육의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근본적인 교육 내용 개선이나 건설 현장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