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지어진 세계 최초의 공공 오페라 극장 ‘산 카시아노’. 출처 위키피디아 |
세계를 호령하는 도시에 가면 반드시 있다는 오페라 극장은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이다. 짧은 역사를 갖지만, 시드니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 지중해 해변에 자리한 ‘나폴리의 산 카를로 오페라 극장’,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들이 이에 속한다. 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순수 공연 예술 중 가장 대형 프로젝트이며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오페라는 한 도시의 문화 척도를 바라보는데 대표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유럽을 가면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아름다운 오페라 극장을 시 중심부에 지어놓고 도시를 뽐내고 있다.
최초의 공공 오페라 극장인 ‘산 카시아노 극장’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1637년 건립되었다. 무역업이 발달 된 도시 국가 베네치아에 17세기에 만들어진 이 극장 후속으로 유럽 곳곳에 지어진 오페라 극장은 예술 후원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왕 등 정치인, 귀족, 부유층의 자금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19세기에 부르주아와 자본주의 사회 형태가 부상하면서 유럽 문화는 후원 체제에서 공공 지원 체제로 옮겨갔다. 여기에는 사업수완이 좋은 부자들에게 오페라 공연을 올리기 위한 전용 극장은 큰돈을 만질 기회로 보였을 것이고 이는 오페라 극장의 대형화와 고도화를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대중을 위해 세워진 오페라 극장의 입장료는 당시 담배 한 갑 가격이었다. 오페라 극장은 귀족과 왕족 등 특별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고 성장하였으며, 유럽 전역의 모든 도시에 극장이 건립되었다.
오페라 극장은 오페라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극장이다. 대부분 극장의 천장은 돔 모양으로 가톨릭 성당의 지붕 모습과 비슷하다. 이는 사람의 입천장처럼 별도의 음향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음을 이용하는 장르임을 고려하면 음향학적으로 여타 극장과 음향의 우수성을 추구하는 건축물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성악가의 연주가 관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구조이며, 사회의 각 계층이 함께 모여 사교하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분리된 공간으로 현재는 표의 가격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을 방문해 보면 멋진 드레스코드로 공연을 찾는 이와 청바지 차림의 편한 복장 차림의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근래 대부분 극장은 복장의 제한이 없이 출입을 할 수 있게 한다. 로열석에는 대체로 멋진 슈트 차림의 신사나 값비싼 보석과 고급스러운 드레스로 치장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나, 대부분 관객은 편한 복장의 관광객이나 학생들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오페라 극장 매표소 옆에는 멋쟁이들이 걸치고 온 모피코트 등 무거운 겉옷을 맡겨놓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극장 중앙이나 한쪽에는 개막전이나 막간 무대 전환을 위해 가지는 20~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에 교제를 할 수 있는 멋진 BAR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회 저명인사들이 담소를 나누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오페라 극장은 서구인들에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각광을 받는 사교장이다. 과거 이곳에서는 혼담이 오가는 경우나 사업 로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앞다투어 명품 오페라 극장의 리모델링 등이나 작품 제작에 기부하곤 한다.
연말에 푸치니의 ‘라 보엠’을 보거나 멋진 식사와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서구의 문화도시 시민들에게는 최고의 이벤트로 여겨진다. 그러하기에 극장은 항상 도시 중심이나 멋진 경관과 함께하며, 주변에는 도시에서 자랑하는 레스토랑과 카페, 술집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공연 전 약간의 요기나 공연 후 늦은 만찬을 하며 이러한 장소 대부분은 베르디나 롯시니 등 오페라 작곡가나 ‘카르멘’, ‘라 보엠’ 같은 유명 오페라 작품의 이름을 빌린다.
부산 오페라 하우스 조감도, 출처 부산광역시 건설본부 |
대한민국에는 오페라 전용 극장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와 대구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그리고 부산 역시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 건축물로 오페라 하우스를 건축 중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최초 단독 오페라 전용 극장으로 유려한 곡선미의 그랜드 피아노를 형상화한 수려한 모습으로 오페라의 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대구는 매년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를 개최하고,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의 고퀄리티 오페라를 보기 위해 광주의 오페라 팬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애호가들이 공연 일정에 맞추어 대구로 향한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역시 국내외 최고의 출연진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수많은 애호가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광주는 서울 이외 유일한 시립 오페라단을 보유한 문화도시이지만 역량 있는 작품 제작과 공연마다 매진과 환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도 불구하고 매번 전용 극장 부재로 인해 아쉬움이 크다. 오페라 전용 극장은 단지 오페라뿐만 아니라 발레 및 다양한 무대 공연 예술을 더욱 품격있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광주의 공연 예술 공간 대부분이 음향 등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아 연주자들이나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은 아쉬울 뿐만 아니라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도시 광주의 안타까운 이면이 아닌가 사료된다.
광주의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미술관과 국악 전용 극장처럼 오페라 전용 극장이 있다면 광주 예술의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광주 예술의 세계화와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
나폴리 산 카를로 오페라 극장. 출처 산카를로 극장 홈페이지 |
산카를로 극장(Teatro di San Carlo)은 이탈리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 하우스다. 나폴리악파의 화려했던 시대를 회상케 하는 당시 거장들의 조각상이 진열되어 한눈에 지난날의 찬란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이곳은 다행히 전란의 피해를 면했으므로 이탈리아의 옛 대극장을 회상하기에 적절하나 국왕 카를로스 3세의 명령으로 세워진 극장답게 14개의 기둥이 즐비한 정면 현관의 구조는 위풍당당하다. 왕궁에 인접한 이 극장은 호화로운 로열박스에서 6층에 걸친 넓은 관람석 등 찬란한 건축양식이 장관이며 천장의 아폴로가 미네르바에게 유명시인을 소개하는 그림도 아름답다. 1737년 11월의 성 카를로 축일에 개장하였으나 그 후 소실되거나 개수하기도 하여 현재는 3,500석을 과시하는 대극장으로서 남유럽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