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이동수업을 위해서 새 건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광주인성고등학교 이전사업이 고소전이 벌어지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인성고등학교 정문. |
인성고 이전 사업은 재단 뿐만 아니라 학부모, 동문까지 바라고 있던 일이어서 많은 이들이 해당 소송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3일 지역 건설업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74년 개교한 인성고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돼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매년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광주지역 명문 사립고다.
개교부터 광주 남구 행암동 부지에 터를 잡고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이동수업을 위해서 새 건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인성고 측은 지난해부터 인근 세하동 이전을 추진했다.
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전을 담당한 건설업체는 인성고 이전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부지 매입에 나섰다. 해당 건설업체 A대표는 지난해 3월 서구 세하동 일대 6만 2700㎡(1만9000평)를 534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 가운데 2만4000여㎡(7300평)를 학교 부지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택 개발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성재단 관계자들 또한 이전을 찬성했다. 인성고 이사회는 지난 2022년 5월 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라온 학교 이설을 전원 찬성·가결했다. 이후 같은해 8월 교직원·운영위원·재학생·동문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전원 학교 이전에 동의했다.
이렇게 부지매입과 재단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이전사업은 갑작스레 중단됐다
화근은 인성고 이사장 B씨와 건설업체 대표 A씨가 맺은 약정서였다.
B이사장은 이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A대표에게 학교법인 인성재단의 경영권과 관리권 등을 넘기겠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들이 맺은 약정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15일 인성고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B씨는 A대표에게 학교법인 인성학교의 학교 경영 및 관리에 관한 일체의 역할과 지위를 인계하기로 했다.
학교법인의 경영권은 매매가 불가능 하다. 사립학교법 제3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아닌 자는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할 수 없다.
그러나 담당 교육청의 허가와 이사회의 의결이 있으면 학교법인의 운영권 양도가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운영권 양도에 대한 양도대금을 받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학교법인의 임원으로 선임해주기로 한 약정은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인성고는 위의 판례 조건을 충족 시켰던 터라 약정서 체결이 가능했다.
약정서에 명시된 양도양수의 범위는 △학교법인 인성학원의 정관에 의한 등재된 자산 전부(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 보통재산), 기타 이와 관련된 일체 △이사장의 학교경영권 및 관리권 △이사장의 권리와 지위 및 역할이다. 사실상 재단 경영권 전반을 넘기는 셈이다.
이에 A대표는 B이사장에게 약정의 대가로 총 50억원을 주기로 하고 이중 10억원을 먼저 지급했다. 이후에 본격적인 이전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돌연 B이사장이 ‘약정을 무효화 하고 학교 이전 계획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B이사장은 ‘매입된 부지가 좁다’는 이유로 약정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A대표는 B이사장을 사기죄로 광주 동부경찰에 고소했다. A대표는 경찰조사에서 “B씨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올해 3월 자신은 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제 사람 심기’식으로 새로운 이사장을 앉혔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반면 B이사장은 “A대표에게 받은 10억원을 다시 돌려주겠다. 받지 않으면 법원에 공탁을 걸겠다”며 내용증명서를 전달했다.
A대표는 “이미 지급한 약정금 10억원 이외에 이전 사업에 투입된 지출, 손실비용 등은 수십억원이 넘는다”며 거부의사를 밝힌 상태다.
결국 이런 이유로 학교 이전이 기약할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더 넓은 부지와 새 교실 등을 원했던 학생과 학부모, 고교학점제의 이동수업을 준비하는 교원들만 답답한 상황이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