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국장 |
이처럼 각 국은 법과 제도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RE100 등 재생에너지 구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숄츠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독일은 2045년까지 세계 첫 탄소중립 국가가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미래가 재생에너지만의 것이라는 게 명명백백하다”고 역설했다.
RE100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을 소비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2050년까지 사용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민간 협약으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 전세계 4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대다수 RE100 참여 기업들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애플사는 2050년이 아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BMW는 국내 부품업체가 RE100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품 공급 계약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요구도 늘어가고 있다. 은행·보험·자산운용사 등 금융사에서 넷제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금융기관이 투자하거나 대출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의무화하고 있어, RE100은 환경문제를 넘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자, 존폐의 여부가 달린 문제로, 향후 기업 입지의 최우선 선결조건은 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2023년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72.7GW, 2036년까지 108.3GW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5GW 수준에 달하는 도전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설목표를 천명한 것으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지역은 더 이상 설비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고 일사량·풍량·풍속 등 발전여건도 지방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지방으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대기업 등은 주로 수도권에 몰려있다. 전력 자급률이 72%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은 부족한 전력을 지방으로부터 송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력계통이 부족하여 송전탑 신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나 주민 수용성 확보 등 난제가 많은 실정이다.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지난 3월23일 수도권 전력량 부족 및 공급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의결했다.
장거리 송전망과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수반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분산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분산전원 및 전력계통이 부족한 수도권에 입주를 검토하는 RE100 기업은 전력 및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으로 이전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전남도는 TGK사와 해남군 ‘솔라시도’에 2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협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솔라시도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고, 송전설비 투자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페이스북)와 같은 빅테크 기업도 센터 가동에 드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고자,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덴마크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었거나 짓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고 있다. 전력 및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은 기업 입주가 늘어나고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등 지역발전의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져,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남의 태양광 및 해상풍력 분야는 시장 잠재량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환경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량에서도 지난 2021년 기준, 18.3%를 차지하며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신안군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8.2GW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현재 1단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중이고, 농지감소 없이 농사를 지으며 임차농, 소유주, 지역 주민 모두 발전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농태양광 발전단지’ 구축도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이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및 투자할 수 있도록 민관협의회도 구성하고, 주민설명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어 그 전과는 다르게 사업 성공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남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신안 지역에는 주민 1인당 분기별로 최대 60만원의 햇빛연금(배당금)을 받는 사례도 나타났다.
신안군 안좌면 자라분교는 2020년 당시 학생수 3명으로 2023년 폐교가 확정적이었으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가 시행되면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햇빛연금, 바람연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취학 가능 아동수가 늘어나 폐교가 연기되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앞으로 햇빛과 바람연금을 받을 대상자와 연금액이 더욱 많아지면 지역소멸 방지를 넘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풍력발전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법적 기반을 새롭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참여하게 만드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을 잘 이겨낸다면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탄소중립 선도국이 되어 무역질서를 선도할 수 있게 되고, 지역소멸을 넘어 전 지역이 균형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재생에너지 산업 1번지를 꿈꾸는 전남도가 가장 선두에 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반이 가장 좋은 전남에서 미래 비전을 발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