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미숙> 세컨하우스를 통해 농가 빈집의 가능성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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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미숙> 세컨하우스를 통해 농가 빈집의 가능성을 열다
최미숙 전남도의원
  • 입력 : 2023. 04.25(화) 13:32
최미숙 도의원.
내가 살던 고향이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험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국의 빈집 130만 채는 전남의 세대수보다 훨씬 많다. 더욱이 전남은 지난해까지 12만 채의 빈집이 발생했다. 기초지자체의 숫자는 그대로지만 시(市) 단위 규모의 도시 1~2개 정도가 사라진 셈이다.

늘어나는 빈집을 정비하거나 철거하는 수준으로는 막을 수 없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수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담긴 ‘생활인구’는 기존의 주민등록상 정주개념의 틀을 깨고 체류의 의미까지 확장하며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집에 대한 인식을 정주가 아닌 잠시 머무는 체류의 공간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해볼 시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휴대전화 하나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투넘버’ 서비스처럼 집에 대해서도 한 명이 두 개의 주소를 갖게 된다면 어떨까?

오랫동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연예인들의 시골 생활을 보여주며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농어촌의 세컨하우스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시골 생활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농어촌 빈집을 정비해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농어촌에 사는 ‘5도(都) 2촌(寸))’의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실시했던 재택근무의 경험과 지금의 기술력으로 휴양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이 가능해짐에 따라 도시와 농어촌을 병행하는 삶 또한 가능해졌다.

마침 정부에서도 생활인구 개념을 정책에 활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두 지역 살아보기 등 ‘고향올래(GO鄕 ALL來)’ 정책을 200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 빈집이 도시민의 세컨하우스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에게도 농어촌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인 빈집 문제해결을 위해 전남도가 어느 때보다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농어촌 생활에 대한 로망을 꿈꾸는 도시민들과 출향 도민들에게 농어촌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하는 일이 부담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첫째, 전남도가 농촌주택개량사업을 활용한 시·군별 특화단지 조성과 ‘5도(都) 2촌(村)’ 마을 공동체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올해부터 농촌주택개량사업 융자지원 대상자가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까지 확대되고 취득세와 지적측량수수료 감면 등 농어촌 빈집 구매 혜택이 대폭 늘었다. 이에 빈집이 밀집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군별 특화단지 조성과 마을 공동체 운영 등 도시민들이 안정적인 5도 2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10년 이상 장기 방치되어 있는 농어촌 빈집에 대한 세금 부과와 더불어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 교토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처음으로 ‘빈집세’를 도입하며 2026년부터 빈집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영국이나 2017년 캐나다 벤쿠버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빈집 관련 조세제도를 도입해 빈집 관리를 유도하고, 빈집의 유통 및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빈집 밀집지역을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휴양소나 숙소로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빈집 활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도 곳곳에서 방치되고 있는 빈집들이 도시민들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세컨하우스가 되어 농어촌의 생활인구가 늘어나고 활력이 넘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