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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⑫-①> 최기상이 본 사정기관장 정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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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⑫-①> 최기상이 본 사정기관장 정치 참여

사정기관 공정성·중립성 훼손… 국민이 부여한 책무 저버린 것
후보추천위 통한 검증 필요… 공직 출마 제한법 등 논의도 필요

게재 2021-07-22 16:28:35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치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정기관의 수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권력기관 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자신을 임명했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검찰총장, 감사원장 출신 대통령은 아직 없다. 외국도 사정기관장이 대통령이나 총리에 직행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자리가 임기제인 이유가 엄정한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사퇴 후 곧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하면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두 주자로서는 현 정권의 폐해를 몸소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주 논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치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권력기관 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자신을 임명했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국회의원은 사정기관장의 정책참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가 파악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여봤다.

◆ 최기상의 문제 분석

"진정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이 퇴임한 뒤 정치는 물론 공직을 일절 맡지 않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는 데 많은 검사들이 동의해왔다."

지난 1995년 9월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마치자마자 정치에 뛰어든 것을 본 대검찰청 한 관계자의 반응이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4일 만에 다음 해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여당인 민주자유당 부산 금정을 지구당 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이후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검찰총장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했고 해당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은 1996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이후 1997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났다.

그리고 2021년 현재 26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재차 연출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지난 6월 말 임기 도중 사퇴하고 지난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정치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검찰과 감사원이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기관의 장들이 본인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린 채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대한민국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은 막대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진 준사법기관인 만큼 중립적이고 독립적이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감사원은 그 권한과 책무가 헌법에 정해진 기관으로 대통령에 소속돼 있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 즉, 검찰과 감사원은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며 소속 기관장의 임기가 보장된 점 역시 이를 위한 것이다.

검찰의 공정성·중립성이라는 의미조차 생소하던 과거에서조차 임기를 다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의 총선 출마는 논란이 됐다. 하물며 검찰과 감사원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는 지금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사정기관의 장들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 직행은 검찰과 감사원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는 동시에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 최기상의 해법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공정'과 '불평등·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껏 범죄 수사만 해온 윤석열 전 총장이나 재판과 감사 업무에만 종사하던 최재형 전 원장이 과연 시대적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을지 의문이다.

이들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막중한 책무를 위해 임기를 보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사정기관장 사퇴 후 대선 직행'이라는 선택을 했다. 국민은 이들이 왜 중도 사퇴를 해가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온갖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최우선 자세로 삼아야 할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중도 사퇴한 후 대선 레이스에 직행하는 행위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헌법상 직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지난 1995년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임기를 마치자마자 총선에 출마하려는 전직 검찰총장을 향했던 검찰 내·외부의 매서운 눈초리, 그리고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국회의 노력은 그 당시보다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세다.

현재 검찰총장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에 대해 후보추천위원회가 각각의 법률에 규정돼 있다. 각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 구성, 추천과정 등을 헌법정신에 맞게 실질화하고 감사원장 역시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더욱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사정기관의 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사정기관장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 출마 제한법'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김오수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를 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윤 전 총장의 선례 탓에 앞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 청문회에 임하는 이들을 향해 빠지지 않고 날아오는 단골 질문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다시는 사정기관장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최악의 질문이 나오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