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반짝이는 언니·오빠들 잊지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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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별로 반짝이는 언니·오빠들 잊지않을게요"
전남 학생들의 세월호 기억법||나주교육지원청서 7주기 추모식||17개 중학교 학생회장단 모임||추모 바람개비 제작·엽서 쓰기||"기억·안전사회 다짐 등 계기"
  • 입력 : 2021. 04.15(목) 16:41
  • 양가람 기자

14일 오후 전남 나주교육지원청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7주기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이 추모 엽서를 작성하고 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오후 전남 나주교육지원청 3층 대회의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나주 연합학생회 회장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날 회의실에서 나주연합학생회(나주 관내 17개 중학교 학생회장단)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추모식은 거리두기 등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짧은 영상을 본 후, 간단한 추모 엽서를 만들었다. 노란 종이에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의 의미가 다양한 형태로 담겼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무얼 행동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실천 과제도 짧게 언급됐다.

"나에게 세월호란, 우리가 절대 놓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김효정(15·노안중) 양이 기차 선로에서 다정히 손잡고 있는 사진 아래 쓴 글귀다.

박민우(15·빛가람중) 군은 동전이 가득 쌓인 사진 밑에 "돈으론 살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적었다. 무슨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우 군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이 너무 많아요. 저희는 그걸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먼저 간 형, 누나들이 별이 돼 가슴 속에서 반짝이고 있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초등학생 때 세월호를 겪었던 세대인 만큼, 늦게 나마 가슴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날개 한 장 한 장 고이 접어 완성한 추모 바람개비와 노란 풍선에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불어 넣었다.

학생들은 청사 앞 화단에 바람개비를 꽂고, 울타리에 추모 엽서를 매달았다. 추모 행사가 마무리되기 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노란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갔다.

행사를 기획한 김현미 나주 금천중 교사는 "시간이 흘렀지만 항간에 세월호 추모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많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제 아이 가방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달아주려 했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격 당할 위험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7주기 행사는 세월호 참사 추모 뿐 아니라 생명 존중과 안전 교육도 연결지어 진행하려 했다"면서 "어른, 국가의 잘못으로 인해 어린 생명들이 희생된 비극이다. 그걸 기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본인의 찰나 실수로 죄없는 타인이 영향받을 수 있다는, 관계 안의 연결성을 강조하려 했다. 학생 대표인 만큼 각자의 언행에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나주연합학생회장인 정다흰(15·영산포여중) 양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학생 때 직접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면서 "나주 지역의 다른 학생들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면 추모식에서 느낀 감정들을 친구,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행동하자고 말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주교육지원청사 앞 울타리에 추모 엽서를 매달고 있는 학생의 모습

14일 오후 전남 나주교육지원청에서 세월호 7주기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중등 나주연합학생회의 단체 사진.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