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6시20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어등초교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정승우 기자 |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파업이 13일만에 해제됐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새벽 출근자들은 버스를 타지 못하고 택시 등을 이용해 삶의 터전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아 매일 택시비를 지출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만 이에 따른 피해 보상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5시50분께 찾은 광산구의 한 버스정류장.
새벽 공기를 마시며 첫 차를 기다리는 노인 한 명이 깊은 한숨과 함께 정류장을 지키고 있었다.
버스가 올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그는 “또 택시를 타야겠다”고 푸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인은 아파트 경비원 박해성(77)씨로 그는 이번 파업 기간 매일 택시를 타야 했다.
박씨는 “원래 첫차를 타면 오전 6시 출근에 맞췄는데, 버스가 안 와서 매일 택시비만 수만 원이 나갔다”며 “보상도 없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다른 버스 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버스들이 운행하고 있었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직장인 박설희(56)씨는 “매일 평소보다 30분 이상 일찍 나와야 했다. 배차 간격도 들쭉날쭉해 더 피곤하다”고 말했다.
13일째 이어졌던 광주 시내버스 파업 마지막 날에도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됐다.
출근 시간 10여개의 정류장을 둘러본 결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대화는 파업에 관한 이야기로 주를 이뤘다. 환승을 위해 뛰어가는 사람, 버스를 놓치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 사람 등 모두가 불안한 표정이었다. 활기차야 할 금요일 아침, 광주 시민들은 짜증과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다.
특히 첫 차 출발이 최대 한 시간가량 늦춰지면서 새벽 출근이 불가피한 시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한 직업소개소 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네 근처 분들이라 걸어서 오지만 일부 버스를 타고 오던 분들은 늦게 도착해 일감을 놓치고 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버스를 놓치더라도 택시를 선택할 수 있던 직장인들에 비해 등교 수단이 제한적인 학생들은 매일 지각을 반복하기도 했다.
![]() 20일 오전 7시10분께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광천터미널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승우 기자 |
조대여고에 다니는 강미소(17)양은 “학교랑 집이 멀어 오전 6시20분에 버스를 탔지만, 요즘은 오전 7시가 지나야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학교에 지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갈 때도 오후 8시30분이면 버스가 끊겨서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연과학고에 다니는 박진우(17)군도 “지금쯤이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거의 도착할 시간이지만 버스 시간이 늦춰져서 아직 환승 버스를 타지도 못했다”며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가 사라지고 다른 버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언제 오는지도 몰라서 한 시간 일찍 집에서 나와 학교를 가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7년 차 간호사인 고은혜(30)씨는 “6시30분 출근인데 지각이 반복돼 남자 친구가 데려다줬다. 나 하나 때문에 피해가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광주버스터미널 직원 최훈(60대)씨는 “출근할 수 있는 버스를 찾기 어려워 매일 아침이 고역”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파업 기간 대체 버스를 투입, 출근 시간 배차 간격을 줄이는 등의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일부 노선은 정상 운행을 했지만 첫 차 출발시간은 최대 한시간 가량 늦어졌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