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곳곳 ‘땅속 지뢰’…미등록 매립쓰레기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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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광주 도심 곳곳 ‘땅속 지뢰’…미등록 매립쓰레기 ‘골치’
상무~첨단 도로공사서 수천톤 나와
중앙공원·제3근린공원 등 유사 사례
처리비용만 수십억…공사 지연 초래
市 관리 누락 미등록 매립지 수두룩
“환경오염 등 우려…전수조사 절실”
  • 입력 : 2025. 06.19(목) 18:21
  •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
광주 상무지구~첨단산단 간 도로개설 영산강 교량 건설 구간인 신창동 방향 제방 인근에서 수천톤의 매립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사진은 최근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토사와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김양배 기자
광주광역시 상무지구~첨단산단간 도로개설 공사 구간에서 수천톤의 매립(투기)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공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해당 쓰레기는 1990년대 이전 광주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파묻은 미등록 쓰레기매립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이후 도심 팽창에 따른 도시기반 확충을 위한 크고작은 공사 과정에서 매립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사지연과 처리비용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9일 광주광역시 종합건설본부에 따르면, 상무지구~첨단산단 도로개설 공사 중 신창동 방향 영산강 교량 인근 제방 아래에서 2000톤가량의 매립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해당 쓰레기는 1990년대 이전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묻힌 미등록 매립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사 현장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광주시는 토사 분류와 수거 작업을 통해 이달까지 1차 처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교량과 연결되는 진출입로까지 공사가 확대되면서 향후 추가 폐기물 처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이번 쓰레기 처리비용만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사도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이 공사는 총사업비 2300억원 규모로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총사업비 대상 사업으로 분류돼 매립쓰레기 처리에 국비 지원이 가능하지만, 일반 지자체나 민간 사업의 경우 전액 자체 부담해야 해 부담이 크다.

공사 감리를 맡은 장기운 책임기술인은 “이 일대가 과거 생활쓰레기를 묻은 매립지였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며 “공사구간 8000㎡ 내 매립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뒤 공사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일정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광주 도심 개발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현장에서도 최대 6000톤에 이르는 생활·산업 혼합 쓰레기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쓰레기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됐지만 매립 주체 확인이 어려워, 처리 책임이 개발 시행사로 돌아갔다.

또한 2018년 광주 북구 일곡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을 위해 제3근린공원 부지에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도 14만톤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가 드러난 바 있다. 이는 1990년대 LH가 삼각산 쓰레기매립장 폐기물을 인근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도 방치돼 있다.

건설업계는 공사 현장에서 매립쓰레기가 나올 경우 이를 ‘땅속 지뢰’로 부를 만큼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쓰레기 처리로 인한 공사 지연과 금융비용 부담 때문에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매립지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음에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지난 2001년 전수조사를 통해 비위생 매립지 35곳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 상무~첨단 구간처럼 주민들은 알고 있던 매립지가 행정당국 조사에서는 누락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광주시의회 이명노 의원(서구3·더불어민주당)은 “광주시가 파악한 35곳의 매립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도심 팽창과 함께 비위생 매립지가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지 주민들이 매립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협력해 전수조사와 함께 환경오염 방지와 사후관리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