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술 소비가 눈에 띄게 줄면서 주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뉴시스 |
일부 식당은 ‘술값 무료’ 마케팅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매출 반등 효과는 미미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주요 번화가 주점들도 골목상권보다 높은 운영 비용 부담 속에서 손님들의 발길까지 예년보다 크게 줄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점업의 체감 경기 지수는 65.40으로 3분기 대비 5.29포인트 하락하며 전체 업종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주점업 경기지수는 △1분기 72.18 △2분기 70.93 △3분기 70.69 등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외식산업의 경기 악화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요인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외식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식자재비, 인건비, 공공요금 등 가게 운영 제반 비용이 상승하면서 순이익은 더욱 감소했다. 특히 주점 업계는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간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음식점의 평균 주류매입액은 약 137만원으로, 전년 동기(약 145만원)보다 5.5% 급감했다. 주류매입액은 지난해 1∼2분기 142만원대에서 3분기 139만원, 4분기 137만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월평균 주류매입액은 약 139만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마트나 슈퍼에서 술을 직접 구매하는 ‘주류 지출’도 줄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류·담배 지출은 3만7000원으로,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4% 감소했으며 주류는 2.1%, 담배는 4.4% 각각 줄었다. 이는 음식점 등 외식업계의 주류 매입액이 줄어든 데 이어 주류 지출까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술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술값 무료’, ‘소주 1병 2000원’ 등을 내세우며 손님 몰이에 나섰지만 매출 회복에는 한계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대 인근에서 주류 할인 및 무료 안주 제공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김모(54)씨는 “예전에는 소주 3병 주문 시 1병을 무료로 제공했는데 지금은 소주를 2000원에 고정 판매하고 있다. 주변에 할인 행사를 하는 식당이 많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이벤트를 하게 되는 경향도 있었다”며 “장사가 되지 않아 시작한 이벤트기 때문에 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각종 이벤트로 인해 그만큼 순이익이 감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요 상업지구의 분위기도 예전만큼 활기차지 않다.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서구의 중심 상권인 상무지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57)씨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송년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연말 매출이 예년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어느 정도 걱정은 덜었지만, 경기 불황은 여전해 매출이 완전한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그나마 단골들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 등 가게 운영 제반 비용을 생각하면 순이익은 더욱 줄어 경영난이 심각하다. 주요 번화가는 손님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무지구 상권도 예전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식당이나 주점에 주류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상인들은 민생 경제 및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의 한 주류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의 수요가 일정한 인기 매장에서는 꾸준히 발주가 들어오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하는 가게가 늘면서 거래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 불황으로 업계 전반에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구도심 등 침체된 상권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 확대, 상권별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 구축, 운영비 절감을 위한 보조금 확대 등 민생 안정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