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vs 교권침해' 학생인권조례 존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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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회
'위헌 vs 교권침해' 학생인권조례 존폐 '갈림길'
광주시의회, 조례 폐지안 공청회
참석자들 폐지 놓고 찬반 엇갈려
내년 9월 전 최종 폐지 여부 결정
  • 입력 : 2024. 10.29(화) 18:27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29일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광주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해 9월 교사의 학생 통제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주민조례가 청구되면서 지역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찬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시의회 교육문회위원회는 29일 시청 무등홀에서 ‘광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명진 교문위원장의 주재로 진행된 공청회는 △김미경 광주바른교육시민연합 대표 △선주원 광주교대 교수 △최미정 조선간호대 교수 △김혜민 변호사 △신효성 명지대 교수 △김하린 장덕초 학교운영위원장 및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1년 제정, 학생이 성별·종교·나이·성별 정체성·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폐지안 찬성 측은 “조례 제정 이후 학력이 떨어지고 교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경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는 비교육적이다. 학습 분위기 저해를 야기하고, 성적지향의 보장으로 동성애나 성전환을 옹호하고 있다”며 “이 폐단은 다른 지역을 통해 드러났다. 이미 제정된 지역에서는 연이어 폐지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서울·충남은 이미 공식 폐지된 바 있다”고 말했다.

최미정 교수는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한다. 조례는 학생 인권만 강조되고 책무·책임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학교의 교육활동·학칙·자치권을 침해, 교원들의 만족도 하락 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광주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정성현 기자
반면 선주원 교수는 “서울 서이초교 사건 이후 학생-교권 대립의 관점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류”라며 “학생인권조례의 본질은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학생인권이 강화돼 교권이 약화됐다는 것은 일차원적인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라고 조례 폐지를 반대했다.

김혜민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없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교사 권위 하락·동성애 옹호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허위”라며 “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해서 광주가 그쪽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정당성 없는 논거에 입각하지 않고 바른 해석·적용을 통해 ‘인권도시 광주’의 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단체 및 시민들도 찬반이 엇갈렸다.

황영철(74)씨는 “교사가 학생 잠도 맘 놓고 못깨우는 등 최근 학교 문화에 대한 얘기를 듣고 분노해 찾아왔다”며 “오늘 여러 사례들을 들으면서 ‘점차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모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폐지 찬성에 마음이 기울었다”고 밝혔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시대에 발 맞춰 교육도 진보돼야 한다. 인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의회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진 교문위원장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해 추후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의 위상에 걸맞는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지난 4월 광주시민 8207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상정됐다. 이후 6월 폐지안이 상임위 안건으로 회부, 청구인·교육청·시민단체·학생의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 최종 폐지 여부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9월 전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광주 지역 정서상 본회의에서 폐지안이 통과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광주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찬성 피켓을 들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