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미술관 영호남구상작가 교류전 ‘산넘고 물건너 만나는 달빛 하모니’ 전경. |
거리마다 봄꽃이 만개한다. 봄날의 피크닉은 남구 양림동으로 떠나보자. 갤러리와 작은 미술관들이 저마다 화폭 속 세상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통한옥과 서양식 가옥 형태가 뒤섞여 호젓한 자태를 드러내는 양림미술관은 영호남구상작가 교류전 ‘산넘고 물건너 만나는 달빛 하모니’를 오는 28일까지 연다. 봄 시즌에 맞춰 화려하면서도 은유적인 꽃 그림과 푸릇한 입춘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실적인 터치로 한그루의 매화를 완성하는 강남구, 기호화된 산수풍경을 그리는 신호재, 달항아리 풍경 조문현 등 광주 대표 중견 화가들과 울산에서 활동하는 주요 작가 46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한다.
사직갤러리 조지오웰 소설 ‘1984’ 일러스트판 원화 전시 전경. |
발걸음은 옮겨보자. 양림미술관 바로 옆 붉은 벽돌 특유의 엔틱한 분위기를 뽐내는 사직도서관에는 1층 갤러리가 있다. 사직갤러리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일러스트판 원화 전시를 오는 23일까지 이어간다. 과거의 시간에서 상상한 먼 미래, 1984년도의 디스토피아 사회가 흑백의 드로잉과 섬뜩한 비유 속에서 펼쳐진다.
사직도서관 뒤쪽으로 펼쳐진 양림동 골목의 중심, 양촌길로 넘어가면 ‘근대역사문화마을’이라는 호칭답게 근대식 가옥 스타일의 갤러리가 즐비해 있다.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신영희 개인전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전경. |
소박한 전시공간이 특징인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가 기획초대전으로 신영희 개인전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를 5월4일까지 연다. 우 움라우트는 독일어 모음 가운데 이중모음을 의미한다. 낯선 이방인에 어렵기만 한 이 발음을 직접 흉내내는 작가의 영상과 발음하고 있는 입안을 본뜬 몰드를 전시해 언어의 서투름이 이주민을 사회에서 돌출시키는 사회적 약점임을 목격한다.
역시 근대식 가옥이 눈길을 끄는 갤러리온은 최근 개관했다. 지난 12일 열린 오프닝 행사 때, 팝핀현준, 이종배, 나관범 3인이 모인 LOL크루가 완성한 대형 그래피티 벽화와 함께 이들이 참여한 개관기념전시를 5월2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유쾌한 캐릭터부터 키치한 화면까지 젊은 감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고요한 감성을 지닌 갤러리S가 나온다. 상설전시로 전통자수 등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동시에 소품도 구매할 수 있다.
이 길 안쪽에는 한희원 미술관이 있다. 광주 대표 중견화가 한희원 작가는 유년시절부터 자란 양림동에 작은 한옥을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딴 한희원미술관을 지난 2015년 개관했다. 미술관에서는 한희원 작가의 민중미술 초기작부터 두꺼운 화폭을 완성하고 있는 바이올린 켜는 사람, 존재 시리즈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서정적 풍경들도 가슴에 스민다.
이 외 이강하미술관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 이이남스튜디어 ‘조우: Here, We Meet’,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무등조각전’, 양림148카페갤러리 ‘양림에 부는 바람’, 오방 최흥종기념관, 소심당 조아라기념관 등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