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재테크칼럼>늘어나는 주택 매물, 아직은 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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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재테크칼럼>늘어나는 주택 매물, 아직은 살 때가 아니다
송호 경제칼럼니스트
  • 입력 : 2023. 10.05(목) 13:50
송호 경제칼럼니스트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면서 거래량도 늘고 있다. 정부의 유례 없는 부동산 부양책 때문이다. 가격 반등과 동시에 매물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해, 많게는 반 토막까지 떨어졌던 서울의 아파트값이 최근 최고점의 90%정도까지 회복되는 것을 보고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아파트 매물은 아직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부의 부양책이 시작된 1월 이후부터 아파트 매물은 오히려 꾸준히 늘어서 5만 건 이던 매물이 9월에는 7만 5000 건으로 늘었다.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 중에 실수요자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물량이다. 이들은 실수요자들 보다 영악하고 예민하다. 아파트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집을 팔려고 내놓을 리가 없다. 지금이 집을 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집을 내놓은 것이다.

모든 시장을 지배하는 제1의 원칙은 공급과 수요다. 공급자가 많고 수요자가 적으면 가격은 하락한다. 지금의 주택시장도 공급은 많고 수요는 적다. 늘어나는 매물은 곧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의 불황으로 앞으로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줄일 것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시장에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공급이다. 더구나 이미 정부는 쓸 수 있는 부양책을 거의 다 써버렸다. 오히려 지나친 부동산 부양책으로 가계대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정부도 은행 대출 관리에 나서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국채금리는 5%를 위협하며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며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2%포인트 낮은 기형적인 금리정책을 유지하던 한국은행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고금리와 조여드는 은행 대출은 아파트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고 다급해진 일부 소유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급매물을 던지기 시작하면 지난해와 같은 집값 하락 사태가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의 위험성과 집값의 잠깐 반등 뒤에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예측이 빗나가기만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