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무차별 난동으로 낯선 이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에서 통계청 방문 조사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아 인턴기자 |
통계청은 조사 특성상 대상자를 사전에 선정할 수 없어 직접 방문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홀로 사는 여성이 늦은 시간 집에 찾아온 통계 조사원을 경찰에 신고하는 등 관련 민원이 늘고 있다.
19일 광주 동부경찰에 따르면, 이달 초 동구 한 원룸에 사는 여성이 늦은 시간 자신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통계청 직원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전에 방문조사한다는 안내를 했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반복적으로 문을 두드리자 불안을 느껴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통계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오인 신고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에서 방문점검원, 조사원 등을 사칭해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주 동구 원룸에 거주 중인 강혜선(22)씨는 “배달 음식을 시켜도 ‘밖에 두고 가주세요’라고 외친 후 배달기사의 발소리가 멀어지면 그제야 문을 열고 음식을 들여온다”며 “통계청 직원이라고 해도 개인 공간에 찾아오는 방식이 불편해 비대면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 방문조사 중 대표적인 것은 가계동향조사와 경제활동인구조사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수입과 지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분기별 조사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국가의 경제활동(취업, 실업, 노동력 등) 특성을 파악하는 월간 조사다.
조사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조사이다 보니 통계청 조사원은 응답자의 정확한 정보 파악을 위해 집주인을 만나 원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정보를 얻거나 직접 문을 두드려가며 실 거주자를 만나 조사를 진행한다.
다만 낮 시간대 집에 있는 사람이 적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귀가한 저녁시간에 가정 방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낯선 사람으로 오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사전에 안내하고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으면 공지 없이 방문조사를 실시하는 방식도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광주 동구에 거주 중인 손완보(23)씨는 “모르는 사람이 낮에 현관문을 두드려도 불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저녁에 찾아오니까 더 경계하게 된다”며 “방문하기 직전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고 조사에 굳이 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핸드폰, 팩스, 전화 등을 활용한 비대면 조사도 가능하지만 상당한 제약이 있다. 비대면으로 설문을 진행한다고 해도 ‘아이디 생성’이나 ‘응답 권리 부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공지가 적힌 쪽지를 붙인다거나 다시 문을 두드리며 응답자를 찾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래서인지 호응도가 매우 낮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의 가계동향조사 전체 조사율은(7월 기준) 74.2%, 경제활동인구조사 전체 조사율(8월 기준)은 88%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전자조사율은 각각 27.1%, 35.6%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계 조사원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광주·전남에서 조사원으로 활동하는 호남지방통계청 관계자는 “1차적으로 연락처를 비롯한 사전 정보를 파악해야 조사가 진행되는데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은 정보를 얻기가 특히 어렵다”며 “원룸은 입구부터 도어락으로 잠겨있어 원룸 집주인이 꺼리면 조사 자체가 어렵고, 낯선 사람으로 오인해 조사에 불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정 방문 조사에 대한 불만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전 준비단계부터 안내문, 홍보활동 강화 등을 통해 응답자들로부터 현장조사원 활동이 범죄행위로 오인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상아 인턴기자 sanga.jeong@jnilbo.com